부산 사하구 장림공단에 자리잡은 코메론(대표 강동헌).

줄자 하나로 세계 시장을 제패한 벤처기업이다.

줄자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50~60%에 달한다.

한국 제품 가운데 이 정도로 미국 시장을 휩쓸고 있는 제품이 없다.

미국 가정 대부분이 코메론 줄자를 하나 이상은 가지고 있다.

지난 1963년 창업이래 한 우물을 판 결과다.

줄자라고 해서 만만하게 볼 제품이 아니다.

첨단 기술이 숨어 있다.

30m~1백m짜리의 긴줄자에는 미세한 유리실이 들어 있다.

유리실은 줄자의 인장강도를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백kg의 힘으로 잡아당겨도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공사 현장 등에서 쓰이는 줄자에는 특수 나일론이 코팅됨으로써 못과 같은 물건과 함께 보관해도 긁히거나 눈금이 지워지지 않는다.

코메론은 이 기술을 특허출원하지 않고 있다.

다른 곳에서 제품을 모방할 것을 우려해서다.

물속에 빠져도 녹슬지 않는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텐레스 재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코메론은 지난 1963년 절연테이프를 생산하는 한국엠파이어공업사로 출발했다.

절연테이프 소재가 유리실이며 바로 줄자의 재료다.

1990년에 회사명을 코메론으로 바꿨다.

장림공단에 본사 및 줄자생산공장이 있으며 인천 남동공단에 줄자의 원소재인 냉간압연공장이 있다.

이 공장에서 강철 박판(薄板)을 생산한다.

전자회사와 자동차 회사에도 납품하고 있다.

미국내 판매를 전담하는 현지법인을 설립,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국내 KS마크는 물론 외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일본의 JIS 규격을 90년에 획득했다.

초창기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한 결과 현재 전세계 8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보다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미국 최대 하드웨어 홈센터인 홈디포, 체인할인매장인 월마트, 캐나다 홈센터인 캐나디안 타이어 등에서 팔리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점인 시어즈에도 진출한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시카고 하드웨어박람회와 독일 쾰른 하드웨어박람회에 매년 참가, 새로운 제품을 세게에 선보이며 시장 흐름을 파악한다.

"줄자도 패션"이라는 개념으로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제품설계,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팀이 매년 4~5개의 신제품을 선보인다.

미국에서의 성공도 미국인들의 마음에 딱 맞는 디자인을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곧 대량생산할 신제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세계 최초로 줄자 끝에 자석을 달았다.

자석이 철 구조물에 강력하게 부착돼 작업이 편리해진다.

미국 대형 홈센터 바이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연간 4백만개를 판매할 예정이다.

경영실적도 좋다.

지난해 2백1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당기순이익 50억원(특별이익 포함)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 2백46억원, 당기순이익 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부채는 제로다.

지금까지 판 줄자의 길이를 합치면 지구를 20바퀴 돌 정도라는 강동헌 대표는 "생활의 과학화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051)263-3211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