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의 저금리 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

정책금리(콜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금리정책 약발도 미미해진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저금리 정책이 총체적인 한계상황을 맞았다고도 본다.

한은은 아직 콜금리를 더이상 내릴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1·4분기 4.2%에 이어 2·4분기엔 5% 안팎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작다는 설명이다.

정책금리 수준이 이미 충분히 낮다는 점도 강조한다.

자칫 금리를 내려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일본형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인 것도 아니다.

작년 10월 콜금리를 인상(5.0%→5.25%)한 뒤 ''꺼져가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두고두고 비난을 받았다.

올 2월 콜금리 인하는 판단 착오를 바로잡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정책당국의 딜레마는 경기와 물가가 서로 상반된 신호(경기부진 물가상승)를 보인다는 데 있다.

금리결정 요인들이 서로 상충되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금융통화위원회는 매달 회의를 열면서도 ''콜금리 현수준 유지''라는 어정쩡한 결론만 내놓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4월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설 것이 확실한 만큼 5월 콜금리도 ''동결''이 뻔하다고 보고있다.

금융계에선 그러나 지난 99년 이후 고수해온 당국의 저금리 정책이 이미 무너졌다고 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쪽에선 대출 세일,다른 쪽에선 금리 불문하고 신용경색인 상황"이라면서 "지금은 저금리 시대가 아닌 금리양극화 시대"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신용 리스크에다 금리 리스크(금리 급등락에 따른 경영위험)까지 더해진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당분간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