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 업체들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생산거점을 재조정하고 있다.

국내 설비를 중국과 유럽 동남아 등지로 이전하는 것은 물론 기존 해외공장의 생산라인을 또다른 전략지역으로 옮기기도 한다.

직원들이 국내와 해외 등지로 전환 배치되면서 인력구조조정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수원공장의 칩저항 VCO(전압제어 발진기) 등 휴대폰 부품 생산라인을 이달 초 새로 설립된 중국 톈진(天津) 제2공장으로 이전했다.

이 공장은 다음달부터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

또 수원공장의 DY(편향코일),FBT(고압변성기) 등 영상부품 라인은 지난 2월 설립된 브라질 법인으로 옮길 예정이다.

삼성전기는 해외공장간의 생산라인 구조조정을 실시,포르투갈 공장의 영상부품 생산라인을 다음달 4일 설립되는 헝가리 공장으로 이전시키기로 했다.

포르투갈 공장은 위성방송 수신기 생산기지로 전문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생산거점의 조정과 함께 연간 2조5천억원에 이르는 각종 원자재 조달업무를 완전 전산화,구매인력을 2백명에서 1백명으로 줄이고 남는 인력을 해외법인에 배치키로 했다.

본사를 거치지 않고 현지에서 필요한 자재를 직접 구매함으로써 현지 법인이 완결된 사업구조를 구축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기 허세봉 경영지원 담당 상무는 "국내는 첨단제품 및 R&D(연구개발) 단지로,해외법인은 시장 특성에 맞는 부품을 선택해 양산기지로 만들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LG이노텍은 지난 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LG산전 전력시스템 조립공장을 임대,생산거점을 확보한 뒤 중국 후이저우(惠州) 법인의 디지털 튜너 생산라인을 넘겨받도록 했다.

후이저우 법인은 휴대폰용 진동모터로 생산품목을 특화시켰다.

LG이노텍 이효구 경영지원 담당 상무는 "일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 업체와 대만기업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LG산전은 인도네시아에서 철수하는 대신 베트남 호치민 법인을 통해 동남아 지역 영업활동을 유지키로 했다.

삼성SDI도 연산 4백만대 규모의 수원공장 CDT(모니터용 브라운관) 라인 2개와 STN-LCD(보급형 액정표시장치) 라인 1개를 중국으로 이전키로 했다.

대신 수원에 유기EL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갖추는 한편 디지털 TV용 초대형 및 평면브라운관 생산을 강화,첨단 산업단지로 육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수원공장 직원 5백여명을 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와 CPT(TV용 브라운관)를 생산하는 천안공장과 부산공장으로 전환 배치하기로 하고 현재 재교육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당초 계획보다 설비투자를 줄이는 대신 동유럽 중남미 등 이머징마켓에 적극 진출,현지의 저임금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고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