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최선을 다할 각오다"

26일 현대건설 새 CEO(최고경영자)로 공식 선정된 심현영(62) 현대엔지니어링플라스틱 사장은 본지 기자와의 단독 인터뷰서 "너무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며 "지금은 현대건설을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 사장은 "아직도 부담을 느낄 정도로 새 CEO 자리를 고사해 온 게 사실"이라며 "기왕 이렇게 된 마당에 맡아서 죽어라 하는 길 밖에 없지 않느냐"고 결의를 다졌다.

심 사장은 "새 CEO 자리는 영광의 자리도 아니고 철저하게 희생을 강요하는 자리"라며 "국민과 정부 채권단 등이 지켜볼텐데 책임감을 가지고 현대건설을 정상화시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임에 대한 소명감도 함께 피력했다.

자기자신이 끝까지 고사하지 못하고 채권단의 제의를 수용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35년간 현대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어려울때 외면하는 것은 마치 은혜를 배신하는 것같은 심정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맨이라면 누구나 현대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로 현대건설에 대한 애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심 사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고사했던 만큼 아직은 현대건설 회생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밑그림을 마련하지는 못한 듯 했다.

내부사정과 현재의 재무상태 및 사업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뒤 대수술에 들어가겠다는 게 심 사장의 생각이다.

심 사장은 "현대건설을 떠난지 5년이나 됐기 때문에 그동안의 변화도 모를 뿐더러 지금의 상황이 어떤지도 정확하게 꿰뚫지 못하고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심 사장은 끝으로 "아직은 무슨 말을 하는 게 시기상조"라며 "훌륭한 적임자가 많은데도 하필 나를 골랐는지 모르겠다"며 어깨에 지워진 큰 짐을 무거운 마음으로 지겠다는 겸허한 자세를 보였다.

<>심현영 사장은 누구= 심 사장은 선린상고와 중앙대를 졸업한뒤 1963년 현대건설 공채1기로 입사했다.

75년부터 현대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겨 부사장까지 지낸뒤 81년 한라건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86년부터 10년간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지난 96년 현대건설 대표이사에 올랐으나 3개월만에 물러났다.

97년부터 1년반 동안 (주)청구 부회장에 지낸뒤 99년 12월 현대엔지니어링플라스틱 대표이사로 현대가에 복귀했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