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정상화를 위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해외에서 1조8천억원의 자금을 들여오겠다고 나선 살로먼스미스바니(SSB)가 한국 정부와 채권단에 네가지 ''협조''를 요청했지만 그 중 2개항이 거부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이닉스반도체의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진통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SSB의 제안 =크게 네가지다.

은행권 여신의 만기를 2002년 말까지 연장해 주고 현재 14억달러로 설정돼 있는 수출환어음(DA)의 한도를 2002년 말까지 10억달러 이상으로 유지해 주며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신속인수 회사채 1조원을 전환사채(CB)로 전환해 주는 외에도 신속인수제도에 의해 차환 발행되는 회사채의 만기를 현행 1년에서 1년 6개월로 분산시켜 달라는 것이다.

◇ 정부와 채권단의 거부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신속인수 회사채(차환발행 회사채)의 만기를 연장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SSB의 네번째 요청사항을 공식적으로 거절한 것.

채권단은 또 세번째 요구인 CB 인수를 거절했다.

"SSB가 세운 정상화 계획은 하나라도 틀어지면 모든게 성사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채권단과 SSB가 새로운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금융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 해법은 있다 =채권단이 CB 인수를 거부한 것은 일종의 ''연막 작전''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채권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내년에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를 지금 부담하겠다고 하면 언론이나 정부에서 분명 시비를 걸 것"이라며 "그런 계산 때문에 일단은 거절하고 보자는 심리가 채권단 내에 퍼져 있는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일단 시간을 번 다음에 그때 가서 어떻든 방법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된다.

◇ 정부 입장 =진 부총리의 23일 발언으로 회사채 만기연장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재경부 관계자는 "하이닉스반도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부총리가 명확하게 거부 입장을 밝힌 만큼 채권단과 SSB는 제3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