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독일 지멘스에 발전설비 투자를 요청해 왔으며 대외무역대표부 차관이 ''정부 통제가 아닌 시장 중심 경제체제로 체제를 바꾸고 싶다''는 말을 해 깜짝 놀랐다"

주한 EU상공회의소 회원 자격으로 북한 당국의 초청을 받아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북한을 다녀온 귄터 슈스터 주한독일상공회의소 회장 겸 한국지멘스(주) 사장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평양과 남포항,지방 공장 등을 돌아본 슈스터 회장은 북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력 개발 △전력 운송시설 건설 △공업용수의 안정적 공급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위해 막대한 비용과 노력(tremendous amount of money and effort)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이 나서지 않는 한 개별 기업의 힘으로는 상황을 호전시키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슈스터 회장의 이번 방북은 북한 정부가 한국 EU상공회의소에 요청해 이루어졌으며 EU상공회의소 회원 2명과 동행했다.

그는 "북한 대외무역부측이 발전설비 및 철도건설 업체인 지멘스에 발전설비 투자를 요청해 현장조사차 방북했다"며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지극히 어려운(tremendously difficult)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설비는 전력과 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운영이 불가능한데 북한의 전력과 물 공급은 심각하게 낙후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북기간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과 겹쳐 평양주경기장과 시내에서 축제가 벌어졌는데 그 바람에 평양 외곽에선 수시로 전력공급이 중단될 정도였다"고 전했다.

슈스터 회장은 이어 발전설비 건설 비용은 북한의 광산 개발에 투자해 여기서 나오는 천연자원으로 가져가라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마그네사이트 등 광물이 풍부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발을 한다고 해도 천연자원을 항구까지 실어 나를만한 철도 여건이 안된다고 평가했다.

결국 산업이 어느 정도 발전되면 나중에 갚겠다는 식이었다며 더 검토를 해봐야 하겠지만 현재로는 투자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산업기반은 한국보다 최소 50년이 뒤져 있다"고 강조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은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이 나서는 것이며 이들의 지원을 받으려면 금융 통로를 개방하라고 충고했다"고 밝혔다.

슈스터 회장은 "북한의 대외무역대표부 차관이 ''정부 통제가 아닌 시장 중심경제로 체제를 바꾸고 싶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고 전하고 북한이 경제 발전에 적극적인 것은 확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의 방북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EU상공회의소에 시찰을 요청한 것에 대해 "북한측은 미국이나 한국 사람들과 직접 거래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전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