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 업계가 합종연횡에 돌입한 가장 큰 이유는 시장 급랭이다.

90년대 중반들어 매년 60~70%의 가파른 성장률 곡선을 그리던 휴대폰 단말기 시장이 지난해에는 45.5%로 꺾이더니 올해는 10% 전후까지 추락할 전망이다.

이처럼 시장이 급랭하자 2,3위의 모토로라와 에릭슨도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경영 불시착"에 시달리고 있다.

◇ 시장 판도의 지각변동 =현재 진행되는 합병논의중 에릭슨-소니,모토로라-미쓰비시간 결합은 업계에 메가톤급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모토로라와 미쓰비시는 2위와 9위 업체간 대형 결합이다.

양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미국에서 사용되는 CDMA뿐 아니라 일본방식과 유럽방식(GSM)의 단말기를 공동 개발하고 생산한다.

이들이 노리는 최종 목적은 차세대 휴대폰의 세계 표준 장악.

이렇게만 되면 세계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노키아를 뒤집는 것도 가능하다.

에릭슨과 소니는 ''찰떡궁합''이란 점에서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소니의 막강한 브랜드력.마케팅 노하우와 에릭슨의 기술력.유럽 판매망이 결합하면 엄청난 파워를 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핸드폰은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즐기는 일체형(all-in-one) 통신기기로 변해가고 있다.

이 점에서 소비재 전자제품 마케팅의 귀재인 소니는 에릭슨과 결합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소니는 현재 휴대폰 시장점유율 1%에도 못미치는 15위의 군소업체.

그러나 휴대폰 사업을 4대 주력사업중 하나로 밀고 있어 ''무서운 아이''로 떠오르는건 시간문제다.

◇ 서구+아시아 업체간 합병 =현재 진행중인 합병은 ''유럽및 미국업체+아시아 업체''라는 공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모토로라와 미쓰비시, 에릭슨과 소니, 필립스와 LG간 합병논의가 모두 그렇다.

알카텔과 사젬만이 예외적으로 프랑스 국내업체간의 결합이다.

이같은 방식은 합병을 통해 공급과잉을 해소하되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불황을 타개하자는 양 지역 업체들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그러나 현재 협상파워는 아시아 업체들쪽으로 기울어 있다.

3G(IMT-2000)같은 차세대 기술에서 아시아 업체들이 앞서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업계 M&A추세도 주로 업계 상위에 랭크돼 있는 유럽업체와 군소 아시아 업체간 결합양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군소업체들의 파산이나 사업철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워낙 공급과잉이 심한데다 단기간에 시장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유럽증권사인 드레스드너 클라인워트의 애널리스트 퍼 린드버그는 "업계 재편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2년후에는 새로운 업체가 시장 리더로 등장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