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내리기 힘든 보도블록과 계단들,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냉대.

오프라인 세상은 불편한 세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참누리넷 인터넷방송국 김교현(35) 사장의 얼굴엔 한점 구김살을 찾아볼 수 없다.

사무실을 들어서는 순간 환한 미소와 함께 건네는 손에서 세파를 견뎌온 자신감과 패기가 전해 왔다.

20일은 21회 장애인의 날.

장애인 CEO(최고경영자)가 이끄는 벤처기업들이 격랑의 바다에서 꿋꿋하게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신체적 장애가 전혀 문제되지 않는 사이버 세상은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 참누리넷 인터넷방송국 대표 김교현

마주앉아 대화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그가 "장애인"이라는 사실마저 깜박 잊었다.

김 대표는 4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에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있다.

그는 평소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 만난 한 사업가가 그에게 "조기축구회에 나오라"는 실언을 할 정도로 장애인의 그늘을 찾아볼수 없다.

참누리넷은 서울시내 2백여명의 유명강사 강의를 동영상으로 제공하는 인터넷방송국.

지난해 3월 중고생 온라인교육사이트 "1318클래스"(www.1318class.co.kr) 문을 연 참누리넷은 현재 2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1989년부터 교육용비디오 제작사업을 해온 김 대표가 인터넷에 뛰어든 것은 겨우 2년전.

인터넷 동영상서비스(VOD)가 가능하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직감적으로 인터넷 영상사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인터넷 까막눈"이던 그는 그후 선발업체들을 쫓아다니며 방송노하우를 배웠다.

종로학원과 대성학원 출신으로 강사진을 꾸렸다.

풀 동영상과 인터넷출석부제는 학모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단숨에 시선을 끌었다.

참누리넷은 최근 중소기업청과 하나은행이 참여한 펀드로부터 10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지난 16일에는 제3시장에도 진출했다.

오는 7월엔 케이블방송을 시작하고 위성방송에도 지분참여를 한 상태다.

"인터넷은 소외받는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할수 있는 훌륭한 수단입니다. 장애인들이 집밖에 나갈 필요없이 인터넷방송으로 생활에 필요한 강의를 들을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를위해 육아 글쓰기, 풍선아트, 뜨게질 등 일상 활동을 교육용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모바일게임 업체 노리넷 대표 오대규

"평범하게 살기로 했다면 그냥 그런 수준에 머물렀겠죠. 전 장애인들의 모범이 되고 싶었습니다"

노리넷 오대규(29) 사장은 젊은 나이답게 질문에 시원스레 대답한다.

그가 지금껏 살아왔던 삶도 말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선천성 뇌성마비로 3급장애판정을 받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삶을 살아왔다.

서강대 경영학과 수석입학과 수석졸업, 현대증권 대학생 모의증권투자 수익률 1백38%로 1위 등의 기록은 그가 살아온 삶을 웅변으로 말해 준다.

인터뷰 내내 잃지 않았던 웃음 뒤엔 남다른 노력이 숨어 있다.

"장애인"이라는 꼬리표는 번번히 발목을 잡았다.

최종 입사면접에서 매번 뚜렷한 이유없이 미끄러졌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던 어느날 삼성전자 현대종합상사 현주컴퓨터 미국보험사 AIG 등 4개 회사에서 한꺼번에 합격통지가 날아왔다.

또다시 묘한 승부욕이 발동했다.

영업을 위해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보험사를 택한 것.

"과연 얼마나 힘든지 한번 부딪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나중에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면 영업경험이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도 있었죠"

그는 입사 이후 6개월 연속 영업실적 1위를 기록하며 입사 4개월만에 팀장 자리에 올랐다.

그에게 모바일게임 사업을 제안한 것은 동생과 친구들.

"동생 친구들이 며칠간 PC방에서 뚝딱거리더니 휴대폰용 게임을 만들어 왔어요. 모두 공대출신이라 사업계획서나 대차대조표를 몰라 제가 합류하기로 한 거죠"

이렇게해서 지난해 7월 자본금 1억5천만원의 주식회사 노리넷이 탄생했다.

임대비도 모자랐던 상황에서 현대-기아벤처플라자가 벤처기업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5백대 1의 경쟁을 뚫고 서울 봉래동의 벤처플라자에 둥지를 틀었다.

노리넷은 "트레져 헌터"를 비롯 4개 게임을 완성했으며 이 가운데 3개 게임을 LG텔레콤, 한국통신프리텔 등에 서비스중이다.

오는 6월부터는 대만에, 7월에는 독일에서도 서비스가 실시된다.

아직까진 영세한 규모지만 그는 "성공할 그날까지 뛸 것"이라며 강한 집념을 내보인다.

"꿈이 뭐냐고 물으면 보건복지부 장관이라고 말씀드리죠. 왜 그런지도 누구보다 잘 아시잖아요?"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