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은 이번에 마련한 비상경영 방안을 ''큰 관리''로 이름 붙였다고 한다.

위기상황을 전제로 짠 계열사들의 ''액션 플랜''이지만 이 회장의 장기 경영구상과 혁신 방안이 충실하게 담겨 있다고 삼성측은 설명한다.

현재 상황을 내부 혁신을 앞당기는 기회로 본다는 의미다.

핵심은 한마디로 ''최악의 상황''에서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업 체질을 강화하는 데 있다.

삼성의 위기관리 플랜에는 외부변수 못지않게 내부 문제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삼성은 평생직장 공동체의식 등 전통적 기업문화의 강점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내부지향적인 폐쇄주의, 부서 이기주의, 무사안일주의 등 전통적인 기업문화의 병폐가 상존한다는 점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에따라 경영전략 차원에서 정보공유시스템을 확산시키고 젊은 직원들의 경영참여 기회(청년중역회의)를 확대하는 한편 조직내부에 위기의식을 불어넣어 과도기적 조직문화를 혁신할 방침이다.

◇ 리스크 원천 차단 =모든 의사 결정은 구체적인 경영 성과와 연계된다.

불요불급한 신규 투자를 억제하면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생산성 증대에 주력한다.

차입금 절대규모 감축을 지속적으로 추진, 증권 등 일부 계열사들의 무차입 경영을 시도하고 매출액 대비 운전자금 비율과 영업현금흐름 비율의 개선을 도모한다.

또 재고 채권 위험자산의 보유 비중을 줄이고 부실 기업에 대한 채권을 조기에 회수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자산운용 효율을 10% 이상 높인다.

유동성 자금은 우량 외국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운용하며 국고채 등 리스크가 없는 자산에 집중 투자한다.

매출액은 절대 규모보다 매출구조의 질적인 고도화에 주력하면서 내수시장 침체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다.

해외법인은 이전가격과 현지 세무.통상마찰 등에 사전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 경영을 체질화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손익 부문에선 해외법인을 포함한 전 계열사의 흑자 달성을 목표로 획기적인 원가절감 노력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한다.

올해 자기자본 비용률은 작년과 동일한 14%를 적용하며 최악의 경영여건 아래서도 최소한 작년 이상의 실적은 거둬야 한다.

회사별 투자규모는 내부 유보의 80% 이내에서 정하며 별도의 신규차입 없이 투자 재원을 마련한다.

투자실명제를 도입, 투자 초기단계부터 평가단계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관리체제를 정착시킨다.

저비용 고효율 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매출액 대비 총 경비율을 작년보다 10% 이상 개선하며 제로베이스 예산시스템을 엄격하게 적용해 단위사업부에서 거품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 주요 계열사 전략 =전자는 반도체 이동통신 홈네트워크 핵심부품 등을 4대 전략사업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 아래 저부가가치 및 경쟁력 약화사업은 아웃소싱하거나 정리하기로 했다.

전자는 이를 위해 기존 효율 중심의 사업구조를 고객과 시장 중심으로 전환, IT(정보기술) 일류기업으로 변신할 계획이다.

유망 인력을 적극 양성, 연구개발 마케팅 디자인 인력을 오는 2003년까지 1천5백명 확보하고 수출 확대를 위해 해외 글로벌전문가를 3천2백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6시그마 운동을 통해 올해 매출액 대비 1.5%인 5천5백64억원을 절감하며 2003년에는 매출액 대비 3%인 1조5천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SDI도 6시그마의 심화를 통해 세전 이익의 20% 수준인 2천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별도의 투자 없이도 생산성을 30% 향상시키고 완제품이나 반제품 원부자재 등 재고품 반감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 연 1천1백75억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중공업은 조선 생산성 향상과 인테리어 시공능력 확보를 앞세워 올해 1천4백억원의 비용 절감을 노리고 있다.

일반선 부문에서 3도크 10회전을 달성하고 특수선 부문에선 LNG선 수익률을 설계물량 절감 등을 통해 5백억원 이상의 원가를 줄일 계획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유람선 건조 기반도 확충, 수익 기반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생명은 회사 규모가 커지고 연봉제가 확대되는 여파로 조직의 유연성이 떨어지며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정보 공유와 함께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공감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경영정보를 월 2회 정기적으로 공유하는 기회를 가지고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청년 중역회의''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증권은 경영 효율을 30% 증진한다는 목표 아래 점포 통폐합을 추진하고 온라인 거래시스템도 전면 개편키로 했다.

또 사내제안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원가절감 보상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오춘호.조일훈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