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에서 한국에 밀리던 일본의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최근 대대적인 통폐합으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나서 국내 관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철강과 조선은 반도체와 더불어 한국이 세계 선두권에 올라 있는 몇 안되는 업종이다.

일본 철강업계 2위인 NKK와 3위인 가와사키제철은 오는 2003년 4월 합병키로 지난 13일 발표했다.

뒤질세라 신일철도 스미토모금속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신일철과 스미토모는 지난 2월 통합을 발표한 유럽의 유지노·아베드·아세랄리아 통합법인(4천5백만t)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게 된다.

NKK와 가와사키는 단숨에 3위로 올라선다.

반면 지난 98,99년 조강생산 세계 1위에 올랐다가 지난해 2위로 떨어진 포철은 4위(2천8백만t)로 처진다.

일본 철강업계가 대통합에 나선 것은 지난 70년 후지제철과 야와타제철이 합병,신일철을 탄생시킨 이래 31년 만이다.

일본 조선업계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지난 2월 히타치조선과 NKK가 통합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연간 매출액은 1천8백억엔으로 미쓰비시조선에 이어 일본 내 2위로 뛰어오른다.

세계적으로는 5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달 초에는 일본내 3위 조선업체인 IHI와 가와사키가 통합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1천7백억엔이다.

일본의 철강과 조선업계가 이처럼 통폐합을 서두르는 것은 한국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일본의 대표적 철강 5개사인 신일철,NKK,가와사키,스미토모,고베제강의 지난해 순이익 합계는 포철의 순이익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포철이 지난해 1조6천억원의 순이익을 낸 데 비해 5개사는 총 1천1백억엔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포철의 유병창 상무는 "일본 제철업계의 생산규모가 연 1억3천만?이나 내수는 7천만t에 불과해 진작부터 구조조정이 논의돼 왔다"며 "하지만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다시 세계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지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포철은 현재 원가경쟁력이 일본 업체 평균보다 20% 정도 높지만 향후 신기술 개발 등으로 이보다 더 높은 원가경쟁력을 유지해야 살아 남는다는 설명이다.

KIET의 홍성인 조선업종 담당연구원은 "일본 조선업체들이 경쟁력을 되찾을 경우 원·달러 환율에 이익이 크게 좌우되는 국내 업체들은 심각한 경쟁에 직면하게 된다"며 "국내 업계는 LNG선,유조선,여객선 등 고부가가치선의 설계기술 확보 및 수주에 진력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