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과의 마늘분쟁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국내 휴대폰 및 폴리에틸렌 업체가 중국산 마늘을 직접 사들이는 방안을 제시, 물의를 빚고 있다.

정부는 13일 오전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휴대폰 및 폴리에틸렌 업계와 비공식회의를 열고 마늘분쟁 해결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중국산 마늘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취했을 때 중국 정부는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에 대해 수입잠정중단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휴대폰 및 폴리에틸렌 업체가 중국산 마늘을 사들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중국이 요구하고 있는 마늘 1만?의 수입 부담은 1백억원 정도다.

휴대폰 및 폴리에틸렌 업체들은 이같은 정부 방안에 대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한 거부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공업협회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정부의 무리한 정책결정으로 한 달간 중국 수출이 중단되는 피해를 입어야 했다"며 "중국에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을 수출한다는 이유만으로 마늘을 대량으로 구입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며 강력 반발했다.

전자업체 참석자도 "개별 기업이 마늘을 수입하면 농민단체들의 반발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며 "국내시장을 잃을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감안하면 차라리 중국 수출을 포기하는게 낫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해결할 문제를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과의 통상마찰을 해결하기 위해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산업자원부 농림부 등 관계부처가 몇 차례 논의한 결과 마늘을 사들이기로 결정했다"며 "그러나 농림부측이 농수산물가격 안정기금(농안기금)을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문제가 꼬이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부의 반대로 지난해 통상마찰에서 직접 피해를 본 휴대폰 및 폴리에틸렌 업계에 불똥이 떨어진 셈이다.

정부는 업계의 반발에 부딪치자 14일 오전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경제장관간담회를 열어 마늘분쟁을 조기에 해결하기 위한 최종적인 의견 조율을 벌일 방침이다.

그러나 농림부 주장이 워낙 완강해 수출업계의 분담론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절충안으로 농림부와 업계가 마늘 수입대금을 절반씩 부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통상마찰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전혀 관련이 없는 수출기업에 부담을 떠넘길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