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한국 경제의 "저성장.고물가" 가능성을 재차 경고했다.

지난달 이후 벌써 세번째 언급이다.

그는 또 현재의 시장 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 총재는 13일 서울 호텔신라에서 열린 제20차 APBC(아시아태평양지역 상업은행클럽) 연차총회의 기조연설("금년도 거시경제전망과 통화신용정책")에서 이같은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을 밝혔다.

◇ 저성장.고물가 우려 =전 총재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작년말 전망했던 5.3%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내부 전망치는 4%대 초반이다.

다만 대외여건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하반기들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총재는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분기엔 4%를 크게 웃돌되,하반기엔 경기둔화 등에 따라 3%대로 내려설 것으로 점쳤다.

그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올 물가안정목표(4%이내)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가 목표를 못지킬 수도 있다는 언급은 지난 3월21일 강연, 이달 6일 기자간담회 때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전 총재는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작년 수준(1백10억달러)에 거의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기 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낮아지고 있지만 국내 수입수요 위축, 유가 안정 등으로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 현재 금리는 적정 수준 =전 총재는 "실질금리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6.3%대, 회사채는 7.7%대다.

국고채 수익률에서 물가상승률(3월중 4.4%)을 뺀 실질금리는 1.9%(회사채는 3.3%)라는 것.

주요국 실질금리는 △미국 1.05% △일본 1.38% △영국 2.08% △유로통화지역 2.41% △대만 5.71% 등이다.

미국과 일본을 빼면 대부분 국가들이 한국에 비해 오히려 실질 금리가 높다.

전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의 시장금리를 적정수준으로 판단, 당분간 콜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