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원장 左承喜)은 13일 창립20주년을 맞이하여 공정거래위원회와 공동으로 ''기업간 전자상거래와 경쟁정책''이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디지털 경제의 전반적인 특성과 그에 따른 기업 행태의 변화, 외국의 경쟁정책 동향, 그리고 경쟁정책적 시사점 등이 논의되었다.

세미나 참여자들은 B2B 전자상거래 시장의 불공정 경쟁행위가 기업의 차원에서는 효율성 향상을 위한 필요전략일 수 있으며 따라서 경쟁정책은 새로운 환경의 특성을 이해하는 논리와 보다 섬세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

<주제발표 요약>

<>이규억 교수(아주대 경영대)는 "인터넷 경제의 특성과 정책대응"이라는 논문에서 인터넷 경제의 특성을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고객지향 대량생산체제(mass customization), 다양한 거래비용의 감소를 통한 기업 효율성 증대, 네트워크 외부경제(Network Externality)로 인한 시장성과의 비효율 가능성으로 파악하였다.

그는 네트워크 외부경제 하에서는 시장지배적 기업이 등장하고 시장성과가 비효율적이 될 수 있고, 따라서 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하여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논거가 성립할 수 있으나 시장실패를 교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정부실패의 가능성에도 주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네트워크 산업에 대한 경쟁정책은 전통적인 ''굴뚝''산업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양태의 특수한 문제에 직면하여 있는데, 첫째, 첨단정보기술의 복잡성이 증대하여 해당시장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 둘째, 기술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 산업에서는 현재의 경쟁상태의 보호.복원만이 아니라 장래의 기대되는 경쟁도 보호하도록 교정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셋째, 이 산업에서 상당한 정도의 혁신은 합작사업이나 다른 형태의 경쟁자간 협력을 통하여 달성되고 있으므로 경쟁과 공동행위의 합리적 조정이 긴요하다는 점, 넷째, 이러한 문제들은 네트워크 및 그 것의 원활한 기능을 위하여 필요한 표준설정에 의하여 제기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문제들이 경쟁정책의 새로운 문제가 아니며 다만 네트워크 산업에서의 비효율적인 배타적 행위와 비효율적인 소비자 기대의 형성에 경쟁정책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현옥 박사(한국경제연구원)는 "기업간 전자상거래와 기업형태"라는 발표에서 기업간 전자상거래의 특징을 기업간 거래의 특성인 공급의 안정성, 중개기능의 중요성에 전자상거래의 특성인 보완성, 신속성, 통합의 용이함이 추가된 것으로 파악한다.

그는 기업간 전자상거래의 발전이 가져온 기업행태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바로 기업간 협력체제의 증대라고 주장하였다.

즉, 기업들은 전자상거래를 통해 실시간 수주 및 생산정보 제공, 공급체인 정보제공, 온라인 프로젝트 관리 등 여러 가지 형태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형태가 e-마켓플레이스의 등장이라고 주장하였다.

성공적인 e마켓플레이스의 실현을 위해서는 많은 수의 다양한 기업들 참여를 통한 충분한 물량(liquidity)확보와 이를 비롯한 기업간 협력체제가 선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기업간 협력이 e-마켓플레이스를 통한 가치창출의 근간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경쟁정책 이슈와 관련하여 통합의 용이함, 신속성, 보완성의 중요도 등 전자상거래의 특징이 기업간 협력체제를 수반하게 되고 이러한 협력체제가 담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으며, 더불어 독점적 지위남용, 경쟁제한행위의 발생 등이 발생할 개연성도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는 경쟁정책은 기업효율성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경쟁제한이 사회후생에 미치는 악영향, 그리고 기업간 전자상거래는 구체적인 사례보다는 아직 가능성의 영역이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서정환 박사(한국경제연구원)는 B2B와 관련하여 미국과 영국의 경쟁정책 당국의 동향을 발표하였다.

그는 미국의 FTC와 영국의 OFT는 B2B의 경쟁이슈가 기존의 경쟁이슈와 다를 바가 없으며 경쟁촉진과 소비자 보호라는 기본원칙이 적용되나, 다만 기업행태가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기업행동의 감시와 기존 법령의 적용에 있어서 기존의 분석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FTC와 OFT는 전자상거래의 경쟁정책 이슈를 고려하여 기존의 법령 적용을 명확히 하고 논리적.분석적 틀을 설명하는 가이드라인의 작성과 전자상거래에 대한 경쟁정책 당국의 인식을 설명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Covisint의 허용에 대한 미국 FTC의 입장과 MyAircraft.com의 허용에 대한 EU의 입장을 통해 경쟁정책 당국들이 기업간 전자상거래로 인한 기업의 효율성 증대효과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경쟁정책 이슈에 접근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그는 우리의 경우 향후 국내 기업간 전자상거래 사이트간 합병, 임계량(Critical Mass) 확보를 위한 배타적 거래과 차별, 그리고 사업자간 공조(Collaboration) 등이 중요한 경쟁이슈가 되리라 예상하면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광범위한 정책토론을 통해 법적용의 명확화를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동표 박사(정보통신정책연구원)는 "기업간 전자상거래와 경쟁정책 "에서 B2B 전자상거래의 경쟁정책적 이슈와 경쟁정책 당국이 유의할 점을 설명하였다.

그는 먼저 B2B 전자상거래가 구매 및 공급과정에서 효율성 향상에 기여함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의 기업간 공조(Collaboration)는 공조 기업들의 의사결정권 제약, 수요독점 등을 통한 경쟁제약과 연결될 수 있고, 대규모의 실시간 정보공유를 통해 담합의 가능성이 증대하며, e-마켓플레이스가 필수설비의 역할을 하여 거래배제 및 배타적 거래의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공정경쟁의 기본 원칙에 대한 인식은 기존 경제에서나 새로운 경제 환경에서나 동일하다고 주장하였다.

즉, 경쟁은 고품질의 다양한 재화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여 소비자 효용을 증대시킨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소비자 효용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는 규제한다는 공정경쟁의 원칙은 첨단기술 산업, 온라인 비즈니스, 지식기반산업도 예외일 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신경제에서 기술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규제 효과가 불확실하고, 네트워크 시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증대되고 있는 반면 네트워크 시장에서 불공정경쟁 판결에 대한 경험과 평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정경쟁정책은 신중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규제기관에서 우려하는 B2B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불공정경쟁 행위는 기업의 차원에서 보면 성공적인 B2B 전자상거래 시장의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전략으로 이해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균형된 경쟁정책 집행(balanced enforcement), 즉 새로운 환경의 특성을 이해하는 논리와 기존의 판결에 대한 평가를 벤치마크하는 섬세한 해석을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