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용액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올 1분기 신용카드 전체 사용액중 현금서비스 비중이 68%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의 경우 현금서비스 비중이 40%를 넘는 경우를 찾아볼수 없다"며 한국의 신용카드 사용패턴이 기형적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용카드가 아니라 캐쉬(현금)카드라고 부르는게 더 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현금서비스 급증 이유는 =신용카드를 통한 현금서비스에 적용되는 금리는 연 29% 수준이다.

은행 일반대출 금리의 3배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금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는 우선 은행 대출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국내 은행들은 외국과 달리 개인 신용을 근거로 한 대출상품을 많이 취급하지 않는다.

신용금고 등 서민금융회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점도 한몫 하고 있다.

지난 97년말 전국 2백31개에 이르던 신용금고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1백47개(2000년말 현재)로 급감했다.

올들어서도 7개의 신용금고가 문을 닫았다.

특별한 담보나 보증인이 없는 서민들에게 ''급전대출''을 해주던 신용금고의 기능이 그만큼 축소된 셈이다.

전반적인 불경기 여파와 증시 침체도 급전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 문제는 20,30대 =현금서비스 이용이 급증하면서 신용불량자 양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20∼30대 ''청년층'' 신용불량자 수가 급증, 사회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20대 신용불량자 수는 33만1천6백4명, 30대는 79만3천4백48명에 달했다.

전체 신용불량자중 20,30대 비중이 전체의 42.58%에 이르렀다.

특히 20,30대는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신용불량자로 내몰리는 ''악순환 고리''에 들어갈 공산이 높다는게 업계의 우려다.

여기에는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경쟁도 관련이 없지 않다.

신용도를 검증하기 어렵거나 경제적으로 아직 취약한 대학생 및 사회초년병을 겨냥, 카드사들은 무분별하게 카드 발급을 해주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의 ''신용카드 남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내 신용카드 가판대 41곳중 39곳이 신분증 확인 없이 카드를 발급해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 외국은 어떤가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현금서비스 비중(1999년 기준)은 전체 사용금액의 33%와 29%에 머물고 있다.

70%에 육박하는 한국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서명 하나로 1만∼2만달러의 돈을 빨리 빌릴 정도로 은행권의 신용대출이 활성화돼 있어 굳이 고금리의 현금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게 비자코리아 권영욱 상무의 설명이다.

외국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쉽게 해줄 수 있는 이유는 고객들의 긍정적 정보를 모든 은행들이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