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기구 개편방안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금융감독기구내 역할 분담을 "금감위-감독, 금감원-검사"로 구분지은 지난 6일의 재정경제부 발표에 대해 금감원 직원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거세지자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7일 "현행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감원 노조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금감위와 금감원의 관계는 현재의 기능을 최대한 유지.운용하도록 하고 중장기적인 감독기구 개편방안을 연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이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개편방안의 개괄적 내용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대통령도 양해했다"고 밝혔다.

듣기에 따라서는 6일 발표된 "금융감독체제 개편방안"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6일 발표에서는 감독규정 제.개정, 인.허가기준 마련 등 현재 금융감독원이 맡고 있는 금융정책 기능이 금감위에 이관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이에 따라 해당 업무를 맡고 있던 금감원 직원들은 검사.조사 및 회계감리 조직으로 재배치될 예정이었다.

정부의 이같은 계획이 발표되자 금감원은 즉각 들고 일어났다.

금감원을 사실상 "무장해제"시켰다며 직원 총사퇴를 불사한다는 등의 집단 저항운동으로 맞섰다.

이 위원장의 "현행 체제 유지" 발언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그러나 6일의 발표문 자체를 공식 수정한다는 얘기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재경부측은 이 위원장의 "현행 체제 유지" 발언에 대해 "전혀 협의된 바 없는 얘기"라며 의아해 하고 있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의 발언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6일 발표된 대로 금융감독기구가 개편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못박아 말했다.

금감위측도 "발표문이 달라지는건 없다"고 인정한다.

문제는 발표문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의 기존 기능은 최대한 유지하되 일부 정책 기능에 대해 "미조정"만 하겠다는게 발표문에 담긴 뜻이라고 강조한다.

금감원 직원들은 이런 이 위원장의 "해명"을 듣고 격앙됐던 반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위원장은 나아가 금감위-금감원간 업무분장을 둘러싼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양 기구를 완전 통합하는게 바람직하다고 판단,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통합방안을 찾도록 지시한 것으로도 알려져 주목된다.

한마디로 이 위원장의 "현행 체제 유지론"은 금감원 직원들의 집단 반발을 달래기 위한 "시간 벌기용"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금감원은 이달말 또는 내달 중순까지 개편방안 연구결과를 내고 이를 다시 금감위 측과 조율하는 과정을 거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일단 현행체제 유지를 전제로 그동안 미뤄온 인사도 곧 시행키로 해 주목된다.

지난해 후반이후 임원인 부원장보가 3자리나 비어 인사 요인이 있는데다 현재 29국5실 체제인 조직도 더 간편하게 조정, 군살을 빼야 한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돼왔다.

다만 금감위와 위상 문제가 확정되지 않아 지금까지 미루어졌다.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둘러싼 재경부와 금감위 간의 "해석 혼선"이 어떻게 정리될지 궁금하다.

허원순.박수진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