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가지 종류의 접대를 해 봤지만 단연 마스터스 대회 초청이 최고였다"

미국의 한 대형 제약업체 영업간부의 말이다.

그만큼 미국 재계에서 마스터스 골프대회 접대의 약발은 초특급이다.

마스터스 초청등 스포츠 이벤트를 대행하는 VIP스포츠마케팅사의 데이비드 우누코프스키 사장은 "마스터스 초청 이후 매출이 급증했다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월가 투자은행 간부는 "접대측 2명,로열고객기업의 CEO 5명등 모두 7명을 초청하는데 총 8만달러가 들었다"며 "하지만 4일동안 최대고객 5명을 친구로 만들 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혀 비싸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회장 인근에 별장을 빌리고 뉴욕에서 일류 요리사까지 불러와 대회참가 선수들과 만찬을 즐기는 초호화 접대를 벌였다.

마스터스의 인기가 특히 높은 이유는 가장 덜 상업화된 골프대회라는데 있다.

마스터스는 기업 스폰서를 받지 않고 순수한 스포츠 대회로 치러진다. 이같은 ''권위''가 마스터스 대회의 인기를 더욱 높여준다는 얘기다.

물론 전적으로 마스터스 접대 때문에 비즈니스 거래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골프장에서 곧바로 계약에 사인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오히려 골프장에서는 비즈니스 얘기가 금기사항이다.

가정 취미 신변잡기 등 사적인 얘기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강점.이런 기회를 통해 우량고객 CEO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다.

친밀한 관계가 구축되면 비즈니스 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경영환경이 점점 복잡해지는 것도 미국에서 골프접대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는 이유다.

한 제조업체의 영업담당 이사는 "몇 시간만이라도 일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싶어하는 경영자들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골프의 인기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몇몇 골프대회에 스폰서를 했던 액센추어(옛 앤더슨 컨설팅)의 머피 마케팅이사도 동의한다.

그는 "조사 결과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 브랜드 지명도를 높이는 광고효과로는 골프대회가 최고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월가를 뒤흔들만한 계약이 골프코스에서 성사되기도 한다.

지난 1999년 제약회사인 아메리칸 홈프로덕트의 잭 스태포드 사장과 워너 램버트의 로데위지크 데 빈크 당시 사장은 뉴저지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발투스롤 클럽에서 7백20억달러짜리 M&A건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