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 출신 CEO(최고경영자)들이 한국 벤처호를 이끌 리더그룹의 한축으로 떠올랐다.

전통적인 디자인에서부터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보안솔루션 도메인 등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최고경영자로 활약하는 사업영역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왜 미대 출신인가=디지털 혁명으로 산업 기반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고 있는 주변 여건의 변화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정경원 원장은 "비즈니스 형태가 가치지향적이고 고객지향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디자인 전공자들의 마인드가 여기에 부합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확산에 따라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틈새시장이 속속 창출되면서 창의력을 중시하는 미대 출신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활동중인 대학의 창업동아리 가운데 미대 계열은 7개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중소기업청).

배화여대의 꼴돌,덕성여대의 디자인포유,명지전문대의 넥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동아리는 대부분 디자인 전공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부흥시킨 주역이 차고(車庫) 벤처라면 미술작업실 벤처가 한국 벤처 부흥에 한몫을 할 날이 멀지 않았다.

◇디자이너 출신 임원도 뜬다=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는 디자이너 출신 임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디자인 경영이 중시되면서 CDO(디자인담당 최고임원)가 경영진으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박종서 현대자동차 부사장,최광 한국타이어 상무,김철호 LG전자 부사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모두 홍익대 미대 출신이다.

역시 홍익대 미대 출신인 조선희 남양알로에 이사는 마케팅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디자인 경영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서울대 이화여대 한국과학기술원 홍익대 등의 대학원 과정에 디자인경영 관련 강좌가 개설되고 있다.

◇영역 제한이 없다=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하는 게 미대 출신의 전통적인 사업영역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통념을 깨고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을 개척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디자인회사와 경영컨설팅회사가 합쳐 탄생해 주목을 받았던 아이오컴퍼니가 대표적인 사례.

이 회사의 심인보 공동대표는 중앙대 미대 출신.

이 회사는 경영컨설팅,기업이미지 통합(CI),인터넷비즈니스 개발,사내교육컨설팅 등을 종합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부산대 미대 출신인 김홍년 한글로닷컴 사장은 한글 도메인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