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중소업계에 미대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섬세하고 감성적인 미대 출신 여성기업인들이 대거 창업하면서 벤처업계의 새로운 기업가군을 형성하고 있다.

디자인이 기업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면서 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웹에이전시,기업이미지통일(CI),가구 분야에서 미대 출신 사장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 관련사업을 하다가 도메인 보안솔루션 등으로 진출하는 등 활동영역도 크게 넓혀가고 있다.

6일 벤처·중소업계에 따르면 벤처·중소업계에서 활동하는 미대 출신 최고경영자는 2백명(기존의 주력분야인 섬유디자인 제외)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벤처붐이 일기 전인 2년 전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졸업 후 대기업이나 광고회사에서 주로 일하던 미대 출신들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창업으로 눈을 돌린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최고경영자는 국내 미술계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리는 서울대 미대와 홍익대 미대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앙대 부산대 출신과 해외 유학파도 포진해 있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업체인 아이코 정진영 대표,아동가구 전문업체인 도도가구 길준경 대표,PC게임업체인 타프시스템 정재영 대표,디자인 컨설팅업체인 이노디자인의 김영세 사장,애니메이션 벤처 엔웍스 이교용 사장,웹에이전시 이모션의 정주형 사장 등이 서울대 미대 출신이다.

애니메이션업체인 프레임엔터테인먼트 장종근 대표,웹에이전시인 에프아이디의 김지훈 사장,문화상품과 캐릭터를 디자인 하는 누브티스의 이경순 사장 등은 홍대 미대를 나왔다.

한글 도메인을 제공하는 한글로닷컴의 김홍년 사장은 부산대 미대, 인터넷에서 사과를 상품화해 파는 이색 벤처기업 무니지니닷컴의 강석문 박형진 부부는 중앙대 미대출신이다.

이같은 미대 출신의 약진에 대해 한 벤처기업인은 "미술과 벤처는 창의성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에프아이디의 김사장은 "양자는 개성을 중시한다는 면에서 비슷하다"며 특히 미대생들은 작업실을 사무실로 개조해 자연스레 창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누브티스 이사장은 "미대 출신 최고경영자들은 소비자들의 선호도, 유행 파악 등에 민감하다는 장점을 가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대 출신 중에는 여성들이 많아 여성의 사회참여를 늘리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