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서 물러난 이진순 숭실대 교수가 급격한 내수 위축의 원인을 관치경제 복귀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교수는 3일 서울 63빌딩에서 "한국 경제의 대전환과 정치 리더십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한반도 평화와 경제발전 전략 연구재단"(이사장 김근태 민주당 최고위원) 창립기념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작년 하반기 이후 급속한 내수위축은 교역조건 악화라는 대외요인에 기인한 면도 있다"며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지난 99년말 이후 구조조정 지연과 관치경제로의 복귀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 경색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 출범때와는 달리 99년 대우 붕괴로 야기된 투신 위기에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한 대증 요법이 동원됐다"고 말하고 "특히 채권시장 안정화기금과 정부 주도의 CBO(발행시장 담보부증권) 발행을 통한 강제적인 자금순환 등 정부 개입의 악순환에 빠져 관치경제로 회귀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여당과 정부 경제팀 간에는 경제 현안 인식과 정책에 있어 현격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KDI를 행정부 산하에서 국회 산하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지방자치제 및 대통령 선거 등을 감안할 때 향후 6개월이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재정을 통한 대규모 경기부양이 추진될 경우 기업과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더욱 어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