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3일 공정거래위원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글로벌경제시대의 경쟁정책과 국제협력''이라는 주제로 이남기 공정위원장과 해외 경쟁 당국 대표들을 초청, 좌담회를 가졌다.

토론자들은 세계경제 통합에 따른 국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간 협상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좌담회에는 이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 ''서울 경쟁포럼'' 참석차 서울에 온 일리야 유자노프 러시아 독금정책.기업지원부 장관, 프레데릭 제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 의장 겸 프랑스 경쟁위 부위원장, 황총르 대만 공정위원장, 리만타스 스타니쿠나스 리투아니아 경쟁위 위원장이 참석했다.

[ 참석자 ]

<> 이남기 < 공정거래위원장 >
<> 일리야 유자노프 < 러시아 독금정책 장관 >
<> 프레데릭 제니 < OECD 경쟁위 의장 >
<> 황총르 < 대만 공정위원장 >
<> 리만타스 스타니쿠나스 < 리투아니아 경쟁위원장 >
<> 안현실 < 한경전문위원.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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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이 자리에는 오랜 경험을 축적한 선진국의 경쟁당국자도 있고 새롭게 경쟁법을 도입하고 있는 개발도상국과 체제전환국의 책임자도 있다.

개도국과 체제전환국들의 경쟁 정책 현황은 어떠한가.

△ 일리야 유자노프 러시아 독금정책.기업지원부 장관 =러시아는 지난 1991년 공정거래법을 처음 도입했다.

최근에는 소비자보호 및 광고 등에 관한 공정거래법을 새로 입법하는 등 경쟁법을 강화하는 추세다.

러시아는 경쟁정책을 매우 중요한 경제정책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회주의국가에서 자본주의국가로 체제를 전환한 만큼 경제 성장에 경쟁법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푸틴 대통령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 리만타스 스타니쿠나스 리투아니아 경쟁위원장 =리투아니아는 지난 92년에 경쟁법을 도입했고 99년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기존 법을 대폭 강화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 못지않은 법체계를 갖추게 됐다.

리투아니아와 같은 소국은 국내 경제규모가 작은 만큼 개방을 통해 경제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프레데릭 제니 OECD 경쟁위 의장 =경제 개발에 경쟁시스템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경제개발에 전력해야 할 개도국들은 제대로 된 경쟁 시스템을 갖춰야 경제 발전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경쟁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경쟁 법규를 발전시켜 나가는게 바람직하다.

△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 =개발도상국들은 개발 초기부터 경쟁법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독과점적인 시장구조가 형성된 뒤에 경쟁정책 집행을 통해 시장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 안 위원 =최근 다국적 기업들의 국제 카르텔과 초대형 합병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따라 미국 등 선진국과 국제기구들은 경쟁정책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각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각국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제니 의장 =세계화가 진전된 만큼 경쟁과 관련한 국제적인 협력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최근의 무역분쟁은 관세문제보다는 경쟁을 제한하는 각국의 규제 때문에 생기고 있다.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간 양자협정이 추세처럼 돼가고 있다.

그러나 양자간 협정체결은 일부 선진국에만 한정될 수밖에 없다.

세계무역기구(WTO)와 OECD는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간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 이 위원장 =일단 국제기구를 통해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참여하는 다자간 협정을 통해 경쟁이슈를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양자간 협정을 통한 구체적인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

한국 공정위는 국제경쟁 규범을 제정하면 세계 후생이 증대될 것으로 믿고 있다.

△ 안 위원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거대 합병이 확산되고 국제 카르텔 사건이 빈발하는 등 다양한 경쟁법상의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또 디지털 혁명이 확산되면서 경쟁의 양태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각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 제니 의장 =우선 절차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면 국제적인 인수합병(M&A)이나 국제 카르텔이 발생할 경우 사법권이 해당국가간에 중첩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시장변화 기술발전 등으로 전통적인 경쟁법을 새로운 산업에 그대로 적용해야 하느냐는 문제도 생겼다.

앞으로 경쟁당국은 고민이 커질 것이다.

△ 황총르 대만 공정위원장 =경쟁 당국은 시장의 변화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경쟁정책을 취해야 한다.

특히 신산업에도 전통적인 경쟁 정책을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는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정부의 규제가 신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위원장 =한국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국 사업자의 경쟁제한 행위에 대해서는 한국의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외국 사업자들의 경쟁제한 행위를 방치하면 국내 산업과 소비자들의 피해로 직접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자간 포럼이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안 위원 =한국의 공정위는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경쟁 당국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외환위기때 경쟁정책 집행을 오히려 강화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라 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 공정위의 기업구조조정 관련 정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 제니 의장 =한국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과정은 험난했지만 대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제대로 구조조정을 이루고, 경쟁 원칙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지원과 함께 경쟁당국의 용단이 필요하다.

△ 유자노프 장관 =러시아에서는 90년대 이후 민영화 과정에서 한국의 재벌에 해당하는 ''올리가키''에 의한 경제력집중 문제가 심화됐다.

한국과 유사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도 독과점 시장의 구조조정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인 저항 등 어려움이 많다.

정리=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