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에 대한 처방은 특수하다. 고장 난 자동차를 시속 30∼40㎞로 달리면서 엔진을 고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고 있는 ADL(아더D리틀) 정태수 한국지사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건설을 회생시키려면 고단위 처방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ADL이 이날 중간보고서 형식으로 발표한 현대건설 회생책은 ''과감한 신규 출자와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요약된다.

ADL은 출자전환과 1조5천억원의 신규 증자 외에도 수익성 중심의 조직 축소 등이 동시에 진행돼야만 현대건설이 재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부지원 뿐아니라 자구노력이 필수적이란 얘기다.

ADL은 오는 5월말까지 구체적인 자구계획을 포함한 최종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 신규 출자는 필수 =ADL은 작년 결산 결과 현대건설은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 처했다고 표현했다.

3조원에 가까운 적자로 채권 만기연장이나 회사채 신속인수, 자구이행중 한가지라도 차질이 생기면 파산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채권단이 1조4천억원의 부채를 자본금으로 전환해주는 것만으론 부족하다는게 ADL의 판단이다.

출자전환을 하더라도 부채비율이 1천2백40%에 달해 국내외 공사수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관급공사나 해외 플랜트 수주를 위해선 부채비율이 2백50∼3백%로 낮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1조3천5백억∼1조6천5백억원의 추가 증자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현대건설이 적정수준의 현금을 보유할 수 있다는게 ADL의 계산이다.

ADL은 현대건설이 해외시장에서 경쟁사들과 겨루려면 매출액대비 현금 비중이 3.3∼8.3%는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금액으론 2천4백억∼6천억원선이다.

때문에 1조5천억원의 신규 자금이 들어와야 연말까지 적정 현금수준을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불가피한 인력 감축 =ADL은 현대건설이 올해 공사원가 절감과 인원 감축을 통해 총 2천6백20억원의 비용을 아껴야 한다고 권고했다.

부문별로는 외주비 1천1백억원, 재료비 9백억원, 현장 노무비 55억원 등을 줄여야 한다는 것.

이와함께 1천1백여명의 인원도 감축해 3백60억원의 원가절감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

개발비(1백억원)와 마케팅비(1백5억원)도 합리화해 최대한 비용을 줄이도록 조언했다.

재료비 등을 아끼기 위해선 전자구매를 활성화하고 입찰 비중을 높일 것도 권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원감축이다.

ADL의 정 지사장은 "현대건설이 살아남으려면 우수한 인력이 회사를 지켜줘야 한다"면서도 "전체의 20%선에 달하는 잉여인력을 줄이는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인원감축은 회사가 합리적인 방법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사전에 조직이 동요돼선 안된다고 ADL측은 강조했다.

◇ 추가 부실까지 감안 =ADL은 영화회계법인의 자산실사 결과 추가로 부실이 발견되더라도 이번에 제시한 회생방안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의 자구계획 이행수준을 40% 정도만 반영해 여유를 뒀기 때문에 추가로 6천억∼9천억원 정도의 부실이 나와도 큰 문제가 없다"(한재진 컨설턴트)고 말했다.

ADL은 현대건설은 항만 교량 원자력발전소 등 토목건설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채권단 출자와 자구노력이 성실히 이행된다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고 밝혔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