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오디오 제품으로 유명한 1백10년 전통의 전자회사 필립스가 젊어진다.

필립스 가전사업부는 지난 2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젊은층을 집중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필립스는 이를 위해 신기술에 민감한 젊은층을 겨냥,DVD의 재생과 녹화기능을 합친 DVD-RW와 멀티채널로 녹음해 음질을 대폭 향상시킨 수퍼오디오CD 등을 올해안에 출시할 계획이다.

프란스 반 하우튼 아태지역담당 사장은 "이같은 전략으로 현재 6%인 이 지역 시장점유율을 2년안에 10%로 끌어올리고 파나소닉을 제치고 2위 가전업체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소개된 신제품 DVD-RW는 디지털방송이나 공중파 등 방송형태에 관계없이 녹화가 가능한 DVD플레이어로 필립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수퍼오디오CD는 일반 CD보다 두꺼워 기존의 CD플레이어에서는 재생할 수 없다.

그러나 유니버설스튜디오와 소니뮤직 등 음반회사 4개의 주인인 소니와 공동 개발했기 때문에 조만간 일반CD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필립스는 기대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대형스피커같은 음질을 보장한다는 미니컴포넌트 "wOOx"와 함께 모두 한국에서 올해 안에 출시될 예정이다.

필립스가 아시아 젊은이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주고객인 유럽의 가전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반면 이들의 소비규모는 여전히 급팽창중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라는 거대 잠재시장도 놓칠 수 없는 대상이다.

현재 필립스의 전체 매출에서 아태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정도.

다만 최대 관건은 각지고 차가운 소니제품에 길들여진 이들이 따뜻하고 둥근 필립스의 이미지를 얼마나 소화할 수 있느냐다.

일본을 제외한 아태지역 가전시장에서 소니의 시장점유율(13%)은 필립스(6%)의 두배이상이다.

필립스는 네덜란드에서 조명기기 제조회사로 출발했다.

그러나 99년에는 가전제품뿐만아니라 부품용 반도체칩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첨단업종의 비중을 높였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면도기 등 소형가전과 부품용 칩을 팔아 6억달러의 매출(수출포함)을 올렸다.

필립스조명은 동대문 광화문 등 우리나라 주요 문화재와 건설중인 7개의 월드컵 경기장을 장식할만큼 잘 알려져있다.

발리(인도네시아)=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