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년간 생산될 정보량은 어느정도일까.

인류가 생존한 과거 30만년동안 축적됐던 정보량보다 많을 것이란게 학자들의 전망이다.

그렇다면 정보는 어디에 쌓여 있을까.

바로 컴퓨터저장장치라고 불리는 "스토리지(Storage)"다.

이 장치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는 미국의 EMC.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5대 정보통신업체(비즈니스위크 선정)로 꼽히며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부문에 매년 5위 안에 랭크(포천 선정)되는 회사다.

올해 매출목표가 1백20억달러(한화 약 15조원)인 EMC의 지휘봉을 쥔 조 투치 최고경영자(CEO)는 파산 직전의 컴퓨터 업체였던 왕 글로벌을 맡아 6년 만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다시 키워낸 것으로 유명한 경영인.

그에게서 정보통신산업과 스토리지산업의 미래를 들어보았다.

- EMC가 메모리보드 제조에서 시작해 세계 IT산업의 흐름을 좌우하는 영향력 있는 회사가 된 비결은.

<> 투치 =결국은 "한 우물 정신"이다.

EMC는 오직 "정보저장장치(인포메이션 스토리지)"라는 한 가지 제품군에만 전념해 왔다.

PC 프린터 서버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제품을 파는 경쟁사들과 분명히 비교되는 점이다.

한 분야에 집중하면 그 방면에선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 나스닥의 폭락으로 첨단기술업체의 존립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데.

<> 투치 =지속적인 변화만이 지속적인 성장을 가져온다.

다가올 미래의 기술을 감지하고 거기에 대비해 민첩하게 움직이면 별 문제가 없다.

때문에 EMC는 앞으로 2년간 25억달러를 연구개발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물론 정보의 관리 보호 공유 등 한정된 분야에만 투자한다.

- 올해 IT산업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 투치 =기업들의 IT 지출 비용은 상반기에는 침체되다가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분야별로 크게 다를 것이다.

PC나 서버산업은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기업들은 투자회수가 분명한 분야에만 돈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지산업의 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다.

- 그런만큼 IBM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컴팩 같은 대기업들도 진출하고 있는데.

<> 투치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어떻게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EMC의 시장점유율은 아직 26%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한국 IT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 투치 =한국은 IT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그 속도 또한 세계적이다.

지금 다소 침체기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기술발전에 대한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늘어나는 시장과 미래에 대한 뚜렷한 안목을 가진다면 지금의 어려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EMC는 상당히 도전적인 회사라는 평을 듣는다.

기업문화의 특징은.

<> 투치 =우리는 현재의 목표를 수행하는 동시에 떠오르는 기회를 포착한다.

이것이 바로 "민첩함"이다.

모든 직원이 분기별 목표를 설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평가한다.

연간으로 목표를 설정하면서 기업을 운영하기에는 너무 빨리 돌아가는 세상이다.

- 스토리지산업이 일반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인가.

<> 투치 =이미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이제 상당부문 디지털 정보를 통해 이뤄진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정보는 디지털로 저장된다.

2005년쯤 되면 개인들이 1테라바이트 정도의 스토리지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될 것이다.(1테라바이트는 요즘 판매되는 10-12기가바이트짜리 일반 PC의 하드드라이브 메모리용량의 약 1백배로 정보를 A4 용지에 기록해 쌓아 올리면 1백Km나 되는 천문학적인 숫자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