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은 보유 중인 현대중공업 지분(12.6%)을 조만간 현대중공업과 CSFB에 매각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현대상선에 따르면 주식매각 자금으로 부채를 상환,사업구조를 수익 위주로 재편하고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도 축소키로 했다.

현대건설 채권단의 출자전환 계획,오는 4월1일로 예정된 현대자동차의 계열분리 등과 맞물려 현대상선의 중공업 주식 처분은 현대그룹의 분할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전자와 현대증권 투신 등 금융부문 계열사의 매각도 기정사실화돼 있다.

◇상선의 중공업 주식매각 의미=현대건설에 대한 채권단의 출자전환,현대전자의 조기 계열분리,금융 계열사들의 해외매각 등을 앞두고 현대상선이 독자 생존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현대중공업의 입장에서는 정몽준 고문이 최대주주로 올라서 현대로부터의 계열분리가 빨라진다는 의미를 갖는다.

중공업은 이와 관련,빠르면 30일 중 이사회를 개최,현대상선으로부터의 지분매입 방침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선측은 당초 이 지분을 외국계 투자은행에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조건이 여의치 않자 일부를 중공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협상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지분 매각 규모는 5% 안팎이며 증권시장에서 장외 거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지분은 CSFB 등에 팔 것으로 전해졌다.

◇MH계열 ''미니그룹''화=정몽헌 회장이 이끌게 될 현대그룹은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일부 비상장 계열사만 남는 ''미니그룹''이 될 전망이다.

현대건설 경영권을 채권단에 넘겨주게 돼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를 ''투톱'' 지주회사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 변화를 맞게 됐다.

현대미포조선과 울산종금까지 현대중공업 계열사로 따라 나가게 되면 그나마 지명도 있는 계열사는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정도만 남는다.

현대종합상사는 자동차와 중공업이 올해 초부터 지원을 끊으면서 사실상 명맥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의 구도대로라면 현대그룹은 올 연말께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를 지주회사로 현대택배 현대선물 현대석유화학 등 10여개의 소규모 비상장회사만을 보유한 그룹으로 축소된다.

김상철.김용준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