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센트에 전기선을 꽂기만 하면 인터넷을 할 수 있다"

젤라인의 이기원 대표는 전력선 통신(PLC)이라는 새로운 통신시장의 개척자로 통한다.

그가 이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은 때는 1995년.

그는 고압의 송전선을 보호하는 디지털릴레이를 생산해온 기인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전선을 통해 정보를 실어보내는 것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회고했다.

당시에도 전선을 통해 데이터가 전송되긴했다.

변전소와 변전소 사이에 있는 송전선의 이상 유무를 감지하기 위해 신호를 보낸 것.

하지만 속도가 60~1백20bps에 불과했다.

"전송속도를 높이면 통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반 가정용에 연결되는 저압선을 통해 통신할 수만 있다면 통신시장에 혁명을 몰고 올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어디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중소기업이 혼자서 개발해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밀어부쳤다.

1998년 시제품이 나왔다.

이를 들고 한국전력 등을 찾아갔다.

하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저를 사기꾼 보듯이 보는 분도 있더군요"

이 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자.그러면 국내에서도 인정해줄 것 아닌가"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98년말부터 99년까지 독일에만 5번의 출장을 갔다.

독일의 6개 전력회사를 모두 찾아갔다.

자동차를 직접 몰고 2주간 돌아다녔는데 2천5백km가 나올정도로 부지런히 다녔다.

독일에서 현장테스트가 시작됐다.

전력선통신 모뎀 크기가 급격히 줄어들자 독일의 기술자들이 의아해했다.

"지멘스 연구진들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기술개발이 진척되느냐고 묻더군요"

이 대표는 "우리는 금요일,금요일,금요일 그리고 월요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죠"라고 들려줬다.

토요일과 일요일 쉬는 독일인과는 달리 휴일을 잊고 일한 덕분이라는 설명을 그렇게 한 것.

2000년 2월 세빗에 전력선통신 모뎀 첫선을 보이면서 이 사장은 독일 최대의 전력회사인 RWE와의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올하반기에는 독일에서 상용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이 대표는 기대했다.

"얼마전 외신을 보니 지멘스가 전력선통신사업에서 철수한다고 하더군요"

이 대표는 세계적인 기업이 손 든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자부심에 요즘 밤잠을 설렌다고 했다.

국내에서의 평가도 달라졌다.

작년에 산업자원부의 국책과제로 전력선통신이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는 "전력선통신의 최대난제인 잡음과 신호감쇄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했다"며 "6월부터는 전력선통신 모뎀을 시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뎀을 초고속인터넷망에 연결된 PC에 연결하고 집안의 다른 PC에 추가로 이 모뎀을 연결하면 별도의 배선이 필요없이 홈네트워크가 구축된다.

변압기에 설치할 전력선 통신용 기지국이 상용화되면 전력선으로 초고속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된다.

이 회사는 1~2Mbps급 전력선 통신기술을 구현했다.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라이트 수준이다.

오는 11월까지 32Mbps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한명의 가입자에게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한 회선당 비용이 ADSL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