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고 값을 지불할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서랍속에 두고 온 백화점 상품권을 생각하며 아쉬워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아쉬움을 가시게 해 줄 서비스는 어디 없을까"

벤처기업 ITB시스템(www.ticketemail.com)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이 회사는 티켓 E메일 서비스를 이용해 빈 손으로 상점에 가도 비밀번호만 대면 물건 값을 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는 최상혁 대표의 경험에서 우러나왔다.

일본 도후쿠대학에서 정보공학을 전공한 최 대표는 졸업후 미쓰이연구소에 근무했다.

"지난 90년대 초였을 겁니다.

거래처로부터 받은 상품권이 있다고 믿고 도쿄 신주쿠에 있는 한 백화점에 들러 구두를 골랐죠.

그런데 양복 속주머니까지 샅샅이 뒤져도 상품권이 없었습니다.

상품권을 집에 놔두고 온 걸 알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뜨거워진 낯을 가리며 빈손으로 백화점을 나서면서 최 대표는 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 빈손으로 백화점을 찾아가도 신분만 확인되면 물건을 살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고...

이런 10년전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난해 그는 사이버 상품권 개발업체인 ITB시스템을 설립하고 티켓E메일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인터넷상에서 E메일로 상품권을 선물처럼 편리하게 주고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비밀번호만 기억하면 가맹점 어디에서나 불편함없이 물건을 살 수 있다.

따라서 해외에 사는 친척이나 거래처에도 E메일을 통해 즉시 선물을 보낼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같은 강점에 인터넷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라는 호재가 겹쳐 ITB시스템은 올해 예상 매출액을 약 15억원으로 잡고 있다.

사실 최 대표가 성공시킨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계적인 통신회사인 일본의 NTT(일본전신전화)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정보표시 단말기"가 바로 그의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이 시스템은 전화를 거는 사람이 누구인지 또 어디에 살고 몇 살인지 등의 발신자 개인정보를 파악한 뒤 응답할 수 있게 만든 제품으로 "일본 미쓰이조선시스템연구소 근무시절에 개발에 참여했었다"는 게 최 대표의 말이다.

그는 "티켓E메일 사업은 현재 유통되고 있는 실물 상품권과 기존의 전자화폐기능을 통합한 것"이라며 "앞으로 서류가 필요없는 시스템(paperless system)을 만들어 유통 구조의 혁신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강조했다.

아울러 "단순히 회사의 영리만을 목적으로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의 혁명과 원가절감이라는 사회 공익적인 차원에서도 유익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TB시스템은 현재 티켓E메일 이외에도 일본 웹포트사의 나우겟(www.nowget.com)과 공동 마케팅을 추진해 한.일간의 정보인프라 구축과 네티즌 커뮤니티 활성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