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테크의 박기석 사장은 50대 초반의 점잖은 신사다.

하지만 그의 집무실은 동심으로 가득찬 어린이방 같다.

나무로된 공룡조립품과 통에 빽빽히 담긴 철사로 각종 모양을 내는 요철 장난감 등이 가득하다.

재미있는 잡지도 많다.

만화 테마파크 수족관 놀이공원 등 사람의 호기심을 끌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잡지들이다.

그가 정기구독하는 해외잡지만 45종에 이른다.

박 사장을 비롯한 이회사 임직원의 상상력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그의 마케팅 전략은 "최초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는 것.시공테크를 전시.문화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케 한 것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그는 믿고있다.

이 회사가 지난 2월 인터넷에 개설한 타임스페이스엔닷컴(www.TimeSpaceN.com)은 미래 사이버박물관의 모습을 압축해 보여준다.

3차원으로 구성된 박물관과 역사현장을 둘러볼 수 있다.

박 사장은 "1백만장의 이미지와 가상현실자료 등을 디지털화해 세계 최대의 입체 사이버박물관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7만5천여장의 디지털 사진을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다.

한국인물기획전 동방문화관 한국시장기행 등의 특별기획전을 통해 박물관을 직접 관람하는 것보다 재미있고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고 그는 자랑한다.

회원들이 자기가 만든 박물관을 운영할 수 있는 것도 이 사이버박물관의 특징. 물론 이 회사는 오프라인 박물관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다.

경기도 박물관 등 각종 박물관과 국립중앙과학관 부산수산과학관 전시실도 이 회사가 만든 작품들. 영상물 제작은 박물관과 함께 이 회사 주력사업중 하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야외레이저쇼를 한 것도 이 회사다.

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화려한 총천연색 레이저쇼를 펼쳤다.

수중에서 입체촬영을 하고 70mm 돔영상물을 제작하기도 했다.

한국통신 홍보관에는 3D(입체)영상을 제작해 공급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주력사업은 전시.모형제작.단순한 인테리어나 제품의 진열을 말하는게 아니다.

주제에 맞춰 메시지가 살아 움직이는 전시공간을 구성하는 것. 고려대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박 사장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것은 외국출장중 전시장 박물관등을 들르면서부터.율산에서 무역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율산이 쓰러진후 무역회사를 창업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88년초 시공테크를 인수하면서 지금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당시 시공테크는 직원 3명에 슬라이드를 제조 판매하던 영세업체였다.

"영상 이벤트사업이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창의성만 있으면 미래형 고부가가치 사업이 될수도 있다고 봤지요"

이같은 초심을 잃지 않은 덕에 박 사장은 시공테크를 올해 7백억원의 매출을 기대하는 중견업체로 키워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