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마컴의 주광현 사장은 컴퓨터그래픽카드(VGA)와 TV수신카드 내수시장에서 밀려드는 외산을 막아낸 "일등공신"으로 불린다.

주 사장은 이 회사를 1998년 9월 창업할 때만해도 디지털 전문기업을 키우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그러나 IMF(국제통화기금)한파로 가산전자 두인전자가 부도나면서 VGA시장에 대만산 등 외산이 밀려들었다.

주 사장은 국산시장을 외산에 넘길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대우통신 삼보컴퓨터 등을 거치며 축적된 그의 컴퓨터그래픽 기술력으로는 충분히 맞설 자신이 있었다.

결과는 대성공.지난해 이 회사는 VGA와 TV수신카드 내수시장에서 각각 35%,50%를 점유했다.

1999년 1백18억원의 매출에 7억원의 이익을 남겼던 이 회사는 지난해엔 5백95억원의 매출에 3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멈출줄 모른다.

아예 해외시장으로까지 여세를 몰아가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 AIL사와의 전략적 제휴가 신호탄이다.

매년 6만개 이상의 멀티미디어 카드를 일본에 수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해 11월부터 일본의 유통시장에 VGA 및 TV수신카드 등 멀티미디어 전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AIL사는 시그마컴이 개발 예정인 TV수신 기능을 가진 MPEG2 엔코더 같은 제품도 수입,공급키로 했다.

지난 2월부터는 러시아에도 수출하기 시작했다.

주 사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유럽 중국 미국 등에도 수출을 성사키기로 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 사장은 우선은 해외의 유통시장을 뚫고 다음단계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주 사장이 내수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것도 이같은 채널마케팅이 주효했다.

OEM과 유통시장을 구분해 차별화한 것.인터넷을 통한 온라인마케팅과 판촉강화를 통한 오프라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물론 여기에는 주 사장의 "기술사랑"이 뒷받침됐다.

창업 2개월만에 VGA 3종을 내놓는등 매달 3종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기술력을 보여줬다.

그는 평생을 엔지니어로 살고싶다고 말한다.

실제 이 회사의 연구 프로젝트는 그가 주도한다.

매주 개발회의를 주재하면서 비전을 세우고 차기 간판제품을 선정하는 게 그의 몫이다.

올해엔 멀티미디어 분야의 신제품뿐 아니라 디지털 제품 시장에도 신규진입키로 했다.

오는 6월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보드와 LCD모니터를 상용화한다.

디지털TV 수신카드는 4월께 이를 장착한 PC가 OEM PC업체를 통해 출시된다.

셋톱박스도 6월까지 개발,양산체제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