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코스모빌딩 6층에 위치한 다산인터네트에 들어서면 왼쪽 벽에 걸린 한자성어가 눈에 확 들어온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남민우(39) 사장이 좋아하는 말이다.

남 사장은 최근 이 글귀를 지인으로부터 새로 하나 받았다.

곧 표구해 집에 걸어놓을 예정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항상 아름답습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게으름 피우지 않았다면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남 사장은 "집중과 속도"가 최고 기술의 원천이며 경쟁력의 기본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이 회사에서는 일요일 근무를 하려면 사장 결재를 받아야 한다.

일주일중 하루는 푹 쉬라는 말이다.

그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남 사장도 이를 철저히 지킨다.

그는 조기축구회 회원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아침엔 어김없이 축구장을 찾는다.

10년간 해온 운동이다.

요즘엔 골프를 시작했다.

주위의 권유에 의해서다.

운동을 좋아하는 그는 필드에 나간지 4번만에 1백타를 깼다.

다산인터네트는 네트워크 장비업체다.

경쟁사는 통신장비 업계의 최대 공룡인 미국 시스코사.

시스코를 능가하는 회사를 만드는게 목표다.

이런 그의 목표가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

외국업체들만의 독무대였던 중대형 라우터 시장에 뛰어들어 고부가가치 중대형 라우터를 개발했다.

외국업체들의 독주에 브레이크를 건 셈이다.

이더넷 스위치, 인터넷 서버, 리모트 억세스 시스템(RAS), VoIP 라우터, 백본급 고속 라우터 등으로도 세계시장에 진출,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남 사장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91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 등을 거쳐 사업을 시작했다.

98년초 국내 사정이 어려워지자 "기술용병"으로 미국으로 건너가기도 했다.

남 사장 등 12명은 당시 협력업체였던 실리콘밸리의 마이크로텍을 찾아갔다.

1년만에 1백만달러를 벌었다.

그에게는 미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시스코와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e-bay)를 사업모델로 삼았다.

귀국해 라우터 개발과 인터넷 경매업을 시작한 것.

91년 창업한 뒤 축적해 놓은 실시간 응용체제(RTOS), 임베디드 리눅스 기술이 라우터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됐다.

결국 1년만에 국내 최대의 네트워크 생산업체로 성장했다.

세계 최대업체와도 어깨를 견줄 만큼 기술력도 확보했다.

외국 경쟁업체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인터넷 경매업체인 이쎄일(eSALE)은 거래량 국내 2위다.

현재 셀피아와 합병된 상태다.

남 사장은 "70년대 국산 자동차 포니를 만든 정신으로 외국산이 판치는 네트워크 장비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예상매출액은 1천억원.

5년이내에 세계 시장의 10%를 점유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미국과 중국시장에 진출한다.

"올해가 수출 원년이어서 각오가 남다르다"는 남 사장은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장비업체가 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며 자신있게 말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