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테헤란 벨리에선 한 업체의 "매맞는" 고객 행사가 장안의 화제가 됐었다.

"고객 충성 서약식".

이름부터가 새로운 이 행사에서 대표이사 등 9명의 임원진이 고객들에게 "죽비(승려들이 수도할 때 졸음을 깨기 위해 사용하는 매)"로 매를 맞았다.

뭇매 세례를 당한 뒤 대표가 말을 꺼냈다.

"지금 아픔을 가슴 속에 오래 간직하겠습니다".

이 짤막한 마지막 멘트의 주인공은 전사적자원관리(ERP)업체인 영림원소프트랩(www.ksystem.co.kr)의 권영범 대표.

삼성전자 과학기술원 등에서 10여년간 현장 경험을 쌓은 권 대표는 ERP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지난 97년 국내 최초로 ERP 패키지 "K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나 개발 첫해 IMF경제위기라는 직격탄을 맞아 2억원정도 밖에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

권 대표는 IMF의 긴 터널을 뚫고 나오기 위해 직원들과 밤샘작업을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인 시장 확보에 나섰다.

그 결과 석림기계 롯데제과 다국적기업 롤프랑사의 한국자회사인 코프랑사의 ERP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99년 28억원,지난해엔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 12월 개발을 마친 "K시스템 2000" 웹버전 판매에 중점을 둬 1백억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림원의 이같은 지속적인 성장에는 제품 품질을 높이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함께 고객과함께 하는 정직하고 건강한 기업정신이 큰 원동력이 됐다.

권 대표의 경영철학은 "고객 중심"이다.

고객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는 한 곳도 없다는 게 그의 지론.

그는 제품개발 노력은 물론 기존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고 있다.

4주간 교육과정을 통해 컨설턴트를 양성해 고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ERP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매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논문장학 사업도 하고있다.

권 대표는 직원들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영림원의 조직운영은 한마디로 "지식 마일리지제"다.

피라미드형 통제조직을 과감히 떨쳐버렸다.

대신 직원들의 자율을 최대한 살려주고 철저한 성과급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권 대표는 근무시간을 쪼개 직원들을 대상으로 태극권과 일본어 교육도 하고 있다.

그는 "소프트웨어 업체는 다른 업종보다 운동량이 부족하다.

직원복지 차원에서 체력 단련비를 보조하고 태극권 강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회사는 고객에게 필요할 때 살아남을 수 있고 이는 직원과 회사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직원이 회사에서 가장 필요한 직원"이라고 강조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