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본격적인 회생의 길을 걷게 됐다.

부실을 털어내고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함으로써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건설의 부실이 예상보다 크지만 대외 신인도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영향을 고려해 이같은 특단책을 쓰기로 결정했다.

<>출자전환으로 살린다=정부와 채권단은 "부채의 출자전환"(debt-equity swap)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본다.

자산을 초과하는 부채가 9천억원에 달해 자력갱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대건설을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등으로 처리할 수도 없다.

국내 최대 건설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하청 업체들이 연쇄 부도에 휘말리는 것은 물론 한국경제의 대외 신인도 역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법정관리 상태에선 해외 공사수주 등 영업활동이 위축돼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정기홍 금감원 부원장이 "현대건설 처리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검토되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때문에 정부와 채권단은 이미 오래전 부터 마지막 카드로 출자전환을 준비해왔다.

작년 8월 이용근 금감위원장도 "출자전환 방침"을 밝힌바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건설 차입금 규모가 4조5천억원에 달하지만 올해 7천4백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이행하고 출자전환으로 차입금을 줄이면 자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하면서 연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은 흑자라는 것이 버팀목이다.

<>출자전환은 어떻게=4월중 채권금융기관 협의회 동의를 거쳐 빠르면 4월말께 이뤄진다.

규모는 2000년도 회계감사 결과와 영화회계법인의 자산실사 결과 확정될 자본잠식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자본잠식 규모는 해외 미수금이나 미분양 아파트 손실액을 어떻게 추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채권단은 자본잠식규모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적정 자본금 규모를 감안,최소 1조원에서 최대 1조4천억원으로 상정하고 있다.

채권단은 출자전환액이 확정되면 총채권에서 회사채 등을 제외한 차입금 비중에 따라 금융회사별 전환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27일 현재 현대건설이 금융권에서 빌린 차입금(회사채 제외)은 2조4천13억원이다.

외환은행이 가장 많다.

3천9백16억원으로 16.3%에 달한다.

1조원을 출자전환 할 경우 1천6백30억원,1조4천억원을 출자할 경우에는 2천2백82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출자전환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채권단은 대주주와 소액주주를 분리 처리할 방침이다.

자본이 완전잠식된 상태이기 때문에 전액감자가 불가피하지만 소액주주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다.

출자전환 가격은 싯가가 유력하다.

액면가(5천원)로 출자하는 것은 부담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다.

<>경영진은 어떻게=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채권단이 현대건설의 대주주가 된다.

따라서 채권단이 현대건설의 경영진을 어떻게 짤지도 관심이다.

현대건설 경영정상화의 관건은 출자전환이 아니라 "출자전환 후 누가 경영을 맡느냐"에 달렸다는 지적도 있다.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건설업을 가장 잘 아는 사람 맡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건설업의 특성상 경험이 없는 경영진으론 현대건설을 살릴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부실책임이 있는 현 경영진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기존 경영진은 퇴진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건설 내부조직을 장악하고 기사회생 시킬 수 있는 CEO(최고경영자)를 누구로 낙점할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L모씨가 거명되고는 있지만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사회 의장은 정몽헌 회장이 맡는다는 양해가 이루어졌다는 말도 있다.

김성택.차병석.김준현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