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의 3자구도 재편이 현실로 나타나게 됐다.

양승택 신임 정보통신부장관은 26일 통신시장 구조조정과 통신정책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양 장관은 "제3의 통신사업자는 LG가 적합하다"며 LG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고 제3의 사업자가 나오도록 동기식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 사업자의 출연금을 깎아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통신업계는 어느 기업이 제3의 사업자로 떠오를지 주시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통신시장 3자구도 재편은 정통부의 금년도 업무계획에 포함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정통부는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 각각 유선과 무선 시장을 독과점하는 상황에서는 경쟁에 의한 통신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제3의 사업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미 밝혀진 계획이 새삼 관심을 끄는 것은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과 유선통신사업자인 파워콤 민영화가 차질을 빚어 계획 자체가 백지화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는 양 장관이 공언한대로 제3의 사업자가 나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준다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장관의 발언 배경을 파악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동기식 사업자에 대한 출연금 삭감이다.

양 장관의 말대로 출연금을 깎아준다면 하나로통신 주도의 동기식 컨소시엄은 큰 힘을 받게 된다.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LG가 컨소시엄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외국 통신사업자들이 컨소시엄에 가세,정통부가 갈망했던 "그랜드 컨소시엄"이 완성될 수 있다.

제3의 사업자로 LG가 적합하다는 양 장관의 발언은 평소 소신이라고 격하하더라도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그동안 통신업계에서는 제3의 사업자를 놓고 포철이냐 LG냐 논란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포철 실무선에서는 오래전부터 철강산업 쇠퇴에 대비,통신산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경영진의 결단만 남겨놓은 상태다.

따라서 양 장관의 발언은 포철과 LG를 자극,통신시장 재편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LG는 현재 통신서비스업 지속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채 관망하고 있다.

판세를 지켜보고 나서 갈길을 정하기 위해서다.

작년말 비동기식 사업권에 도전했다가 탈락한 뒤엔 내분 양상까지 보이기도 했으나 여건이 호전되면 재도전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제3의 사업자가 살 수 있겠다고 판단되면 통신서비스업에 다시 의욕을 불태울 수 있다.

양 장관의 통신시장 3자구도 재편 발언은 한국통신 시내망 중립화와 파워콤 민영화에 대해서도 색다른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전문가들은 제3의 사업자가 나오게 하려면 한국통신 시내망이 실제로 중립화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하고 유선통신사업자인 파워콤이 통신시장 재편에 중요 변수가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광현 기자 khkim@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