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벤처캐피털 업계의 최대 이슈는 "로크업(lock-up:주식매각제한제도)" 제도다.

지난 21일 서울 무역센터에서 열린 벤처캐피탈협회(회장 김영준) 정기총회에서도 이 문제로 후끈 달아올랐다.

협회는 벤처캐피털의 보유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못하게 막은 "로크업" 제도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이 제도의 개선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은 로크업이 도입된 지난해부터 이어지더니 갈수록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벤처캐피털 업계 최대의 숙원인 로크업의 폐지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반대 주장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들은 무엇 때문에 로크업에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일까.

로크업이 필요하다고 내세우는 근거는 또 무엇일까.

양쪽의 주장과 논거를 소개한다.

<> 왜 벤처캐피털만 못팔게 하나 ="로크업 제도가 벤처캐피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정말 로크업이 코스닥시장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다른 기관투자가들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하지 않는가"(김영준 벤처캐피탈협회장)

국내 벤처캐피털 투자시장엔 금융기관과 대기업, 심지어 자금여력이 있는 벤처기업까지 참여하고 있다.

창투사와 신기술금융사 등의 벤처금융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벤처금융사들의 물량이 증시 안정을 해친다는 해석은 심하다는 주장이다.

"씨앗을 뿌려 열매를 거두려는 농부(초기단계 투자자)는 곡식을 못 팔게 막고 수확(코스닥등록) 바로 전에 밭떼기로 산 중개상(기관투자가)들은 팔라는 격이다"(한미창투 이영민 부장)

또 로크업 정책은 실효성도 기대하기 힘들다.

로크업 기간이 끝나는 시점엔 어떻게 될지를 한 번 상상해 보라는 얘기다.

"등록후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한이 풀리는 3~6개월 뒤에는 모두가 팔려고 한다. 이 제도는 결국 창투사들이 팔 수 있는 날짜 전 무조건 팔라는 사인을 보내는 것과 같다"(산은캐피탈 백승균 팀장)

벤처캐피탈협회는 벤처금융사와 기관투자가들의 지분매각이 어떤 비율로 이뤄지고 있는가를 명확히 따져보자고 말한다.

이와관련,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에 정책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투자자금 회수를 제한하고 있는 로크업은 벤처캐피털들의 자금순환을 막고 있다.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못하면 벤처기업들의 자금줄이 끊기게 되고 결국 벤처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걱정된다"(서학수 마일스톤벤처투자 사장)

<> 투자자는 보호되어야 한다 ="인위적인 제한인 로크업에 대해 논란이 많다는건 인정한다. 하지만 원죄(原罪)는 분명 벤처금융사에 있다"(증권업협회 관계자)

로크업을 지지하는 쪽은 왜 이같은 제도가 생겨났는지 따져보라고 말한다.

실제 창투사들의 매물 공세로 신규 등록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칠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공모가 아래로.

개인투자자들에 비해 훨씬 싼 가격에 사들였고 정보력에서도 한 발 앞선 이들 벤처금융사들엔 공모가 아래로 파는 것도 부담이 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면 결국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까.

바로 공모에 참가한 일반 투자자들이다.

한 주라도 더 받으려고 이리저리 뛴 "개미" 투자자들...

"로크업 제도의 가장 큰 목적은 개인 투자자 보호에 있다. 캐피털 업계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투자자 보호"는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협회 중개시장 운영규정의 최우선 이념이다"

로크업을 지지하는 쪽은 최소한 몇 개월은 그 회사의 가치(주가)가 제대로 평가받고 어느 정도 안정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리적인 요인이 투자결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코스닥의 특성상 등록후 곧바로 주가가 망가지면(폭락하면) 영영 제대로된 주가로 돌아오지 못 할 수도 있다"

물론 시장이 효율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면 주가가 결국 제대로된 평가를 받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게 이들의 말이다.

<> 해답은 무엇일까 =로크업 논쟁이 매듭지어지기 위해선 결국 장기적으로 코스닥이 제대로된 시장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벤처금융사의 매물에 관계없이 주가가 적정하게 평가될 수 있는 시장 기능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 비정상적인 주가급등락을 일으키는 작전세력의 뿌리를 완전히 뽑는 것이 반드시 우선돼야 한다.

결국 최종 판단의 키는 금감위 등 정책당국이 쥐고 있다.

벤처투자자금 1조원 조성 등 벤처육성을 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정부가 한국 벤처산업 전체의 성장을 위한 현명한 해법을 내놓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