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둔화 조짐속에서도 조선업계는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선박건조 규모는 물량기준으로 1천1백50만G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년에 비해 21.3%나 증가한 실적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등 국내 대표적인 조선업체들은 향후 2년반 정도의 일감(수주물량)을 확보해 놓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올들어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하는 추세여서 순풍에 돛단 격이다.

달러로 수주하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할수록 가만히 앉아서 환차익을 내는 수익구조다.

연초 이후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주가움직임은 조선업계의 최근 호황을 가장 "솔직하게" 반영해주는 지표다.

19일 현재 현대중공업 주가는 2만6천8백원으로 지난 연말 1만8천3백원에 비해 46.4%,삼성중공업 주가는 5천6백원으로 4천4백10원에서 26.9%나 상승했다.

두 기업 모두 같은 기간동안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5.8%를 훨씬 웃도는 주가 상승률이다.

국내 조선산업은 지난 70년대 급성장세를 탔다.

현대중공업이 울산조선소를 완공하면서부터다.

79년 6.3%이던 세계시장 점유율은 80년대엔 20%대로 성장,승승장구했다.

93년에는 엔화가치 상승(달러에 대한 엔화환율 하락)덕분에 조선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일본(32.3%)를 앞선 37.8%에 달했다.

세계1위로 올라선 것이다.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도 99년 41%에 이어 40%를 웃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의 조선산업은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중이나 일본은 정점에서 내려오는 중이고 중국은 오르기 시작하는 단계"(이해규 삼성중공업 부회장)로 평가되는 이유다.

조선산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상당하다.

조선은 5대 수출품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제품과 함께 수출전략 상품이다.

국민경제 기여도도 높다.

노동부의 지난 98년 "노동통계연감"에 따르면 전체 제조업중 조선업종의 수출비중은 6.6%(철강 8.1%,자동차 6.6%)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가가치율은 33.0%로 철강 21.1%와 자동차 27.5%보다 높다.

제조업 전체의 부가가치율 28.3%를 웃돈다.

물론 국내 조선산업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 조선업종의 미래가 호락호락하지만 않은 것이다.

우선 일본의 경쟁력 약화추세와 중국과의 격차로 국내 조선업계가 당분간 현재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환율변화에 너무 민감하다는 점이 취약점으로 꼽힌다.

지난 87년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96년 엔화환율 상승,인건비 상승,국제선가하락등에 따라 경영수지 악화등 조선업계가 큰 타격을 받은 게 좋은 사례다.

게다가 선박 디자인이나 공정의 정보화.표준화 정도는 아직도 일본 조선업계의 85% 수준이다.

여객선,특수선박등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건조 수준은 유럽연합(EU)의 조선업계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선박의 수요와 가격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지난 60년부터 74년까지 세계 경제의 고도성장기 당시와 같이 해상물동량이 급증,선박수요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전망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선인 LNG선(VLCC)의 가격과 전세계 발주량의 과거 추이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 92년 1천2백만GT,1억달러였던 VLCC선의 세계 발주량과 국제가격은 지난 98년에는 2천6백만GT,7천2백만달러를 기록했다.

발주량은 늘었지만 가격은 더 떨어져 VLCC선의 세계적인 공급과잉현상을 말해준다.

신영증권의 조영준 애널리스트는 "세계 조선업계의 이런 여건과 변수들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가격경쟁력과 더불어 기술경쟁력까지 갖춰야 국내 조선업계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