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2010년 ''빅5''도약 청사진 ]

"전략적 제휴를 맺을 당시 남양연구소를 찾은 다임러크라이슬러 임원들은 한결같이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동양의 소형차 메이커로밖에 여기지 않았던 현대자동차가 세계적 수준의 연구시설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 다임러와의 전략적 제휴 협상에 참여했던 현대자동차 고위관계자는 "다임러와의 제휴에 남양연구소가 큰 역할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2010년까지 세계 5위의 메이커로 도약할 수 있는가는 결국 연구역량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전국에 흩어져 있는 연구소를 남양으로 통합하고 있는 것도 연구역량을 집중시켜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다름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이와함께 사업부문의 선진화,다임러와의 제휴확대,재무구조의 건전화 등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제조업 가운데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또 그 전후방 효과가 엄청나다는 점에서 현대자동차의 미래는 결국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홀로 남은 현대자동차=55년 철판을 두드려 만든 차체에 미군이 쓰던 지프의 엔진을 붙여 만든 시발자동차로 출발한 한국 자동차산업은 95년 세계 5위의 자동차생산 대국으로 성장했다.

한때 완성차 메이커만 8개에 이를 정도였다.

그러나 97년 국제통화기금(IMF)체제는 외형중심의 성장전략을 펴온 한국 메이커들을 하나 하나 쓰러뜨려 지금은 현대자동차만이 제대로된 회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수출한국을 이끌며 국내 제조업 성장을 이끌었던 자동차산업 부흥의 과업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자동차산업을 둘러싼 상황은 현대자동차의 독자생존을 보장할수 없을 만큼 수많은 난제들이 놓여있다.

내적으로 한국 자동차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과거와 같은 폭발적 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수출확대"라는 전략을 구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마저 모두 현대자동차의 몫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업체들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BMW 벤츠 도요타 등 세계적 업체들이 최고의 품질을 앞세워 한국시장 공략작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그랜저를 앞세워 독점해오던 시장의 상당부분은 이미 수입차업체의 손아래 넘어가 있다.

더 무서운 것은 르노삼성 그리고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외국 업체다.

르노 삼성은 현대자동차가 가장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시장인 중형차 시장을 위협함으로써 현대의 재무구조 자체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우자동차가 해외에 넘어갈 경우 중소형차 시장도 위협에 놓이게 된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 때문에 빅5~빅6만 살아남는다는 게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한국 메이커도 누군가의 우산아래 들어가지 않으면 살아남을수 없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전략=현대자동차의 첫번째 전략이자 목표는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 생산이다.

80년후반 미국에서 엑셀신화를 창조했지만 품질의 낙후성때문에 미국시장 재진입에 10년을 소모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정몽구 회장의 화두도 품질 경영이다.

현대자동차는 전 사업장에 걸친 6시그마 도입을 통해 세계적 품질의 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와함께 멕시코 시장에 크라이슬러 닷지 브랜드로 팔릴만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소형차 부문을 한층 강화한 1천3백cc~1천6백cc급 "월드카"부문에서의 세계 제패를 노리고 있다.

두번째 전략은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확대다.

현재 양사는 전차종에 걸친 플랫폼(차대)공유화 금융사업 분야의 제휴협상을 벌이고 있다.

제휴가 구체화될 경우 현대는 다임러의 선진 기술을 받아들일수 있을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의 이미지 쇄신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밖에 사업구조 선진화를 꾀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에서 얻을수 있는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속에서 새로운 수익사업을 찾아내고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e-비즈니스 진출,새로운 판매제도 도입,현대.기아자동차의 플랫폼 통합,자동차 리스 시장 진출 등이 현대자동차가 추진하는 신사업 전략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현대자동차는 올해말까지 매출액대비 순이익률을 작년 4%에서 5%까지 끌어올려 재무구조도 선진 메이커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자동차가 한국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이끌어갈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