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서 주가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급속히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더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제한적인 낙관이 바닥론의 골자다.

바닥론자들은 △떨어질만큼 떨어진 기술주 △다우지수 지지선 고수 △언론의 대대적인 침체장세 보도 등을 근거로 내세운다.

◇ 바닥권이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1년간 최고치 대비 62% 하락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충분히 떨어졌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기술주의 대부격인 반도체주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바닥론을 뒷받침한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경우 지난주에 특별한 호재가 없었는 데도 18% 이상 올랐다.

구 경제 주식들로 이뤄진 다우지수가 침체 장세를 알리는 ''최고가 대비 20% 낙폭 장세''에서 벗어난 점도 바닥권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다우지수는 지난 22일 한때 작년 1월의 최고가보다 20.2%까지 하락,본격적인 침체 장세로의 진입을 예고해 월가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마감 무렵 극적으로 낙폭을 좁혀 19%대의 하락률에 그쳤다.

주간지들이 일제히 커버스토리로 증시 침체를 다룬 것도 바닥권 도달 조짐으로 받아들여졌다.

타임 뉴스위크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최신호에서 약세장을 상징하는 곰과 가슴까지 물에 잠긴 투자자를 표지 화보로 실었다.

이와 관련, LA타임스는 24일 ''잡지커버스토리 지수(magazine-cover indicator)''에 근거해 시사잡지들이 한꺼번에 증시 침체를 거론한 것 자체가 바닥권 신호라고 진단했다.

◇ 아직 바닥이 아니다 =추가 하락을 점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주말의 상승세는 그동안 여러차례 나타났던 기술적인 반등중 하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대세 반전이나 주가바닥론을 거론할 정도로 상황이 달라진게 없다는 것이다.

비관론자들은 주가수익비율(PER)이 아직도 높고 기업들의 어두운 실적 전망이 계속되고 있어 바닥론 운운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지금 나스닥지수의 PER는 1백으로 아직도 매우 높다.

투자업체인 아바타르어소시에이츠의 증시분석가 찰스 화이트는 이 PER가 절반으로 떨어져야 주가 거품이 완전히 제거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바닥론과 추가하락론의 공존이 월가의 현주소이다.

단지 이전과 약간 달라진게 있다면 바닥론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점이다.

적어도 이번 주는 지나봐야 주가방향을 좀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훈 국제전문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