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국과 일본간의 정상회담 이후 엔저(低)를 유도하기 위한 공조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1995년 4월 달러화 가치 부양을 위해 선진국들이 공조했던 때에 이어 다시한번 역(逆)플라자 합의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견해다.

현재 재정·금융정책 면에서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는 일본으로서는 경기회복 수단으로 엔저를 통해 수출을 늘리는 방안을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으로서도 최근처럼 자국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일본 경제가 완충 역할을 제대로 해주어야 세계 경제가 안정될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또한 강한 달러화 정책은 미국의 위상을 강조하는 부시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도 부합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환율예측기관과 국제금융기관들이 앞으로 엔화 환율이 달러당 1백40엔을 넘어설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요인이 감안된 것으로 이해된다.

물론 이런 견해대로 엔화 환율이 1백40엔이 넘어설 경우 엔 환율에 천수답(天水畓)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1997년 하반기 이후 엔화 환율이 1백40엔을 넘어섬에 따라 수출이 급감했던 것이 아시아 외환위기의 주요인으로 작용한 적이 있었다.

문제는 앞으로 엔저를 유도하기 위한 미·일간 공조가 어느 정도로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모든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그런 정책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시장여건이 형성돼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해 3천6백96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미국은 1995년 4월 이후와 같은 엔저를 용인할 수 있는 입장이 못된다.

현 시점에서 지나친 엔저 용인은 추가적인 무역수지 악화를 불러일으켜 무역적자 축소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부시 정부의 대외정책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으로서도 과연 엔저가 경기회복 방안인지에 대해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엔저는 수출증대를 통해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내 자금이탈에 따른 역자산효과(자금이탈→주가하락→경기침체)로 경기를 어렵게 할 소지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현재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앞두고 있다.

이론적으로 중국이 WTO에 가입한다고 해서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정환율제를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 13∼14위인 중국의 무역규모를 감안한다면 고정환율제 포기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엔저가 지속될 경우 위안화 절하 문제가 본격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위안화가 절하될 경우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해 유도한 엔저가 오히려 세계 경제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자충수(自充手)로 작용할 소지도 높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과 일본이 엔저를 유도하기 위해 공조시대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이번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대부분 환율예측기관들이 올해 안에 엔화 환율이 1백30엔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런 점에서 엔화 환율상승을 겨냥해 국내에서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달러화를 사재기하는 것은 자칫 커다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