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중남미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말 국제통화기금(IMF)과 3백97억달러의 구제금융에 합의하면서 진정세를 나타내던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최근 정책 혼란과 미국 경제 침체로 인한 수출감소 우려 등이 겹치면서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현 정권의 지지도가 추락하고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등 악재가 쏟아지면서 증시도 곤두박칠치고 있다.

아르헨티나발 위기로 인한 파장은 중남미 전체로 번지고 있다.

브라질 레알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중남미 지역의 경제성장률 둔화 전망까지 나오면서 주요국 증시도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과 페루 우루과이 등 라틴국가들은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가 심화될 경우 국제 금융 경색 등으로 인해 자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아르헨티나 악화일로 =페르난두 델라루아 대통령은 이달초 경제장관을 교체하면서 재정 및 금융개혁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장관이 지난 16일 발표한 재정지출 축소 및 증세 방안은 야당은 물론 연립정권 내부에서조차 강력히 반발, 결국 장관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신임 경제장관 도밍고 카발로는 기존과 정반대인 재정지출 확대 및 감세안을 주장, 경제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자 파업과 학생들의 가두시위까지 연일 끊이지 않으면서 경제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신용평가기관인 피치IBCA가 아르헨티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S&P가 하향 전망을 내놓는 등 국가신인도도 추락하고 있다.

<> 중남미 전체로 확산 =아르헨티나 위기는 중남미 전체 국가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최대 교역파트너인 브라질의 경우 외국 투자가들 사이에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레알화가 1994년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래 최근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아르헨티나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루과이 역시 수출부진과 환율급등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미주개발은행과 IMF는 6개월전만 하더라도 중남미 국가들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평균 4.5%로 예상했으나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성장률을 3.5∼3.9%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21일 칠레에서 열린 미주개발은행 연차총회에서 중남미 각국 경제장관들은 "카발로 신임 경제장관은 방만한 국가재정에 고삐를 다시 조여 우선 디폴트(채무지급 불능)에 대한 우려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