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추천을 할 때는 해당기업에 사전검열을 받아라''

세계적인 증권사인 JP모건 체이스가 이러한 내용의 내부문건이 공개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회사 유럽지사의 조사 총책임자인 피터 휴턴은 최근 "투자보고서를 낼 때는 해당기업에 미리 알려줘라"는 내용의 메모를 애널리스트들에게 돌렸다.

여기에는 "고객 기업이 내용을 바꿔달라고 하면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를 수용하든지, 안되는 이유를 설득시키든지 양자택일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한마디로 기업들의 입맛에 맞는 투자보고서를 내라는 말.

문제가 불거지자 회사측은 "업계의 관행이자 고객기업에 대한 예의일뿐"이라며 "객관성이나 독립성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한술 더 떠 "전세계 비즈니스에 모두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러나 증시관계자들은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기 보다는 자기네 장삿속만 챙기려는 태도"라고 비난하고 있다.

사실 이런 관행은 월가에서 오랫동안 ''공개된 비밀''이었다.

애널리스트들은 항상 부정적인 투자보고서를 내지 말라는 기업들의 압력에 시달린다.

''매도추천''을 내는 애널리스트나 증권사에는 즉각 보복에 착수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가장 흔한 ''복수'' 방법이 M&A 대행이나 컨설팅을 맡기지 않는 것.

이 사업은 워낙 이윤이 많이 남는 장사이기 때문에 증권사 경영진은 기업들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한다.

증권사 경영진이 나서서 자사 애널리스트들을 단속하는 것도 바로 이런 먹이사슬 때문이다.

노련한 투자자들이 증권사 투자보고서에 ''불신'' 낙인을 찍어놓은 이유를 알 만하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