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건국이래 역대 대통령과 모두 직.간접적 인연을 맺었다.

때로는 동반자 관계로, 때로는 악연으로 세월을 함께 했다.

권력의 부침(浮沈)때마다 정 명예회장은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받았다.

정경유착이 생존의 법칙으로 통하던 당시의 한국적 특수상황 때문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반세기에 걸친 기업활동을 하면서 김영삼씨를 제외한 나머지 대통령들과는 어떠한 형태로든 공생관계를 유지했다.

정 명예회장이 가장 가깝게 지낸 대통령은 박정희씨였다.

박 전 대통령과는 정서의 상당부분을 공유하며 의기투합했다는게 당시 두 사람을 지켜본 측근들의 평가다.

개발시대의 "건설 한국"을 이끄는 동반자로서 역사적 사명의식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심전심으로 서로를 읽을 수 있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기획단계에서 정 명예회장을 직접 불러 상의할 정도로 의지했다.

뿐만 아니라 경부고속도로 공사를 전담해 줄 것을 부탁할 정도로 신뢰했다.

정 명예회장은 국가 건설사업에 관한한 싼 값에 공사를 수주하는 것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신뢰에 보답했다.

정 명예회장이 처음 권력으로부터 시련을 맛본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때였다.

정 명예회장은 1980년 당시 전 전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던 국보위로부터 한국중공업의 전신인 현대양행을 포기하도록 종용받았다.

산업합리화 방안에 따른 조치였다.

정 명예회장은 중공업과 자동차산업중 양자택일을 강요받으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결국 현대양행을 넘겨주는 것으로 결론났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과는 집권초기를 제외하고는 원만한 관계를 지속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는 외형적으로는 매우 가까운 관계를 형성했다.

청와대에서 직접 헬기를 타고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할 정도로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그렇지만 이들 두 전직 대통령과의 관계는 후에 밝혀진대로 어디까지나 거래관계였다.

정치자금을 주는 댓가로 기업활동을 보장받았다.

정 명예회장은 92년 대선에 참가한 괘씸죄로 승자인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공공연하게 핍박을 받았다.

대출 중단을 비롯 경영에 어려움을 느낄 정도의 전방위 압박을 받았다.

정 명예회장은 특유의 뚝심으로 버텼지만 이때 든 골병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현대그룹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김대중 대통령과는 대북사업이라는 고리로 끈끈하게 맺어졌다.

정 명예회장은 김대통령의 통일기반 구축 사업에 기꺼이 동참했다.

이 때문에 김 대통령과는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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