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동향 점검회의가 20일 오후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렸다.

참석자는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 전철환 한은 총재,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등 12명이었다.

미.일 정상회담이 열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추진하는 등 경기 후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 중이어서 이날의 점검회의는 비상한 주목을 끌었다.

난상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이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경기 전망과 대책 방안을 놓고 적지 않은 의견차도 드러냈다.

◇ 미국 경제 전망 =진 부총리는 "미국경제가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철환 한은총재는 "미국 경제불안이 경기사이클 상의 단기조정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IT산업 중심의 과도한 설비 투자가 초래한 구조적인 조정국면을 겪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낙관 비관 엇갈려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연구원장들의 견해가 뚜렷이 엇갈렸다.

LG경제연구원의 이윤호 원장과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낙관론 쪽에 무게를 실었다.

좌 원장은 "미국이 경기확장 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경착륙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원장도 "지금보다 더 세계 경기가 나빠질 것 같지는 않다"는 견해였다.

유일호 조세연구원장 역시 "신경제 효과가 지속될 것"이라며 낙관론에 가세했다.

그러나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장은 비관론을 폈다.

그는 "미국 경제는 경착륙과 연착륙의 중간 형태인 ''거친 착륙(rough landing)''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거친 착륙''으로 방향을 정하면 우리나라는 IT 산업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 일본 경제 전망 =비관론이 많았다.

무엇보다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을 참석자들은 걱정했다.

미국은 금리인하나 감세 등 정책수단에 여유가 있지만 일본은 부실채권 누적과 구조개혁 부진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수단이 한정돼 있어서 상당기간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들이었다.

◇ 대응 방안 =재정과 금융정책의 신축적이고도 조화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전 한은 총재는 말을 아꼈지만 대부분 참석자들은 금리정책에도 상당한 기대를 거는 눈치였다.

진영욱 한화경제연구원장은 "금리는 무조건 낮추는 것보다 일정 수준에서 안정시키는게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경기회복에 조급증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강봉균 KDI 원장은 "구조개혁은 원칙대로, 경기 대응은 신축적으로 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정책에는 반대한다"며 "환율과 물가를 걱정하지 말고 금리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IT 산업과 B2B 산업을 촉진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종합 조정기능을 강화하고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