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중 실업자 수가 작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백만명선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 관련부처들에 ''실업 비상''이 발동됐다.

재경부 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서는 "2월이라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야 하므로 아직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수십만명의 대학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매년 2월엔 실업자 수가 크게 늘고 실업률도 높아지게 마련이라는 것.

그러나 정부측의 이런 낙관론에 대해 비판도 만만치 않다.

외견상 나타나는 수치보다도 실업의 ''내용''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 실업자 1백만명 시대 =통계청 조사 결과 2월에 늘어난 실업자 8만7천명 가운데 7만6천명은 동절기라는 계절적 요인 때문이었고 나머지 1만1천명만 경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2월은 농업과 건설업이 비수기인 데다 신규 졸업생들이 대거 구직전선에 뛰어드는 탓에 매년 실업자 수가 늘어난다"며 "3월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실업종합대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계절적 요인도 없어질 것이므로 실업자 수가 다시 90만명대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90년 이후 11년간 통계결과를 보면 2월달은 전달에 비해 평균 12.3% 가량 실업자가 증가했고 3월 들어 평균 4.2% 감소했다.

그러나 과거 통계만을 근거로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우자동차의 대규모 정리해고와 동아건설 파산, 고려산업개발 부도 등 대규모 실업요인이 최근 줄줄이 터져 나온 점을 감안할 때 2월의 ''대량실업 쇼크''가 3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 악화되는 ''실업의 질'' =구직활동을 포기해 사실상 실직상태에 있으면서도 실업자로 구분되지 않는 사람이 15만3천명에 달했다.

이들을 포함할 경우 실업자수는 1백22만명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일의 성격이나 보수가 마음에 안들어 자발적으로 실직한게 아니라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게 된 사람들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한 지 1년이 안된 전직(前職) 실업자 가운데 일거리 감소와 사업경영 악화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의 비중이 33.3%로 99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로 인한 실업자의 비중도 6.6%로 전달 5.2%보다 1.4%포인트나 높아졌다.

직장을 구하러 다닌지 12개월이 넘은 장기 구직자 수도 1월보다 7천명 많은 2만8천명을 기록했다.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의 비중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고용기간이 1개월~1년인 임시직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34.8%, 1개월 미만인 일용직은 15.4%에 달해 상용근로자보다 많은 실정이다.

또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18시간 미만인 근로자 수도 78만명이나 된다.

경제활동인구를 노동가능인구(1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경제활동 참가율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2월중 경제활동 참가율은 작년 같은 달보다 0.6%포인트 떨어진 58.5%를 기록, 작년 9월 이후 6개월째 하락했다.

그만큼 일할 수 있는데도 일하지 못하거나 안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