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의료보험)의 재정을 건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원인 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은 별도로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는 건강보험을 정상 궤도에 올려 놓기 위한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의보재정을 파탄위기에서 구하려면 의사와 약사의 고통분담이 필수적"이라며 "집단 이기주의는 의료체계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기적 누수 방지책=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과당 진료·처방을 막고 진찰·처방료를 통합하는 등 ''재정 누수''를 막는 방법으로 연 1조원 이상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고도 모자란 돈은 국고지원과 보험료 인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다.

건강연대 조경애 사무국장은 "정부가 의약분업에 항의하는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지난 99년 11월 이후 무려 다섯차례에 걸쳐 의보 수가(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 등에 지급하는 진료비)를 올려줘 의보재정 파탄의 도화선이 됐다"며 "수가를 적정한 수준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급여 체제개혁=의보재정을 살리기 위해선 보험지출의 누수를 막는 단기처방과 함께 지불보상체계의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이혜훈 연구위원은 "맹장수술이나 분만 등 특정 진료에 대해선 병·의원에서 진료행위나 입원기간에 관계없이 정해진 진료비만을 받는 ''포괄수가제''(DRG)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진료행위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제 하에선 의료기관들이 의료행위를 늘려 급여비를 불리는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가 발생하게 마련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총액관리제 도입도 검토과제로 꼽힌다.

총액관리제란 의료기관이 공단과 매년 보험급여 총액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실제 진료비가 목표한 진료비 총액을 초과할 경우 의보 수가를 내리는 등 자동조절 메커니즘이 구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경우 포괄수가제와 총액관리제를 통해 치솟는 의료비용에 제동을 걸었다.

◇보험체계 이원화=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팀장은 "현행 의료보험 체계는 모든 의료기관이 강제로 의료보험을 취급하도록 돼 있다"며 "개별 의료기관이 사정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취급계약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보험과 사보험의 이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민간연구기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제도는 모든 사람에게 싼값에 질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비현실적 모델"이라며 "공보험에서는 최저수준의 의료 서비스만 제공하고 고급 서비스는 사보험으로 대처하는 보험체계의 이원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보험을 주축으로 하되 특실료와 MRI(자기공명 영상촬영장치) 촬영료 등은 사보험에서 담당토록 하는 식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