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의료보험 적자를 메우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만들고는 있지만 어떤 해법이든 국민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 확실하다.

구조적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은행 차입이나 국고 지원 등은 모두 미봉에 그칠 것이고 결국 소비자들의 지출로 연결될 것이 뻔하다.

추가 부담 없는 최선의 방책이라면 건강보험 공단의 자구 노력과 의료 및 약업계의 적자흡수 능력이라고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

◇ 국고 지원은 얼마나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올해 3조9천7백억원의 적자가 나고 직장의보는 5월,지역의보는 7월부터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사실상 ''부도'' 상태에 들어간다는게 보건복지부측 설명이다.

결국 병.의원과 약국들중 상당수가 자금난을 겪게 되고 상황에 따라 진료와 약품 판매를 거부하는 파국적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방법으로든 부도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게 정부 여당의 일치된 의견이다.

민주당 분석으로는 △의료보험료율을 10∼15% 인상하면 4천억∼5천6백억원이 더 걷히고 △허위.부당청구 방지, 차등수가제 등 자구 노력으로 2조원 가량을 추가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자구 노력이 모두 성공한다 해도 1조5천억원 정도가 모자란다.

민주당과 보건복지부는 1조∼1조5천억원을 국고에서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국고 지원으로 급한 불을 끄기로 한다고 해도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정치적 파장이 기다리고 있다.

◇ 국고지원 반대의견도 많아 =상황이 다급하더라도 국고를 지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재정경제부의 주장이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국고로 지원하자는 것은 작년도 세계잉여금(4조5백여억원)을 빼쓰자는 것"이라며 "세계잉여금은 국가 부채를 상환하는 데만 쓰도록 돼 있는데 이 원칙을 깨뜨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부채는 의보재정보다 훨씬 더 구조적이고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런 식으로 재정을 흔들게 되면 2003년 균형재정 달성은 물론 재정건전성 확보도 물건너 간다"고 강조했다.

재경부는 "보험료율 인상 등 장기적인 처방에 주력하고 당장의 유동성 문제는 금융기관 차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경부의 이같은 논리는 국가 부채가 장차 엄청난 규모로 불어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 바탕하고 있다.

오는 2008년까지 공적자금 1백40조원을 갚아야 하는 데다 각종 연·기금 부실도 산처럼 쌓여 있다.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도 세계잉여금에서 1조원 이상을 추경예산으로 전용한다는 여당 구상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잉여금중 대부분이 지방 교부세와 각종 교부금으로 용도가 이미 잡혀있어 의보재정에 도움을 줄수 있는 돈은 최대 5천억원에 불과하다는 것.

◇ 의보재정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땜질식 처방에 그칠 경우 의보재정 문제는 두고두고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차제에 사회보험 전체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간 연구기관 관계자는 "우리 의료보험제도는 ''모든 사람에게 싼값에 질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비현실적인 모델을 가지고 있다"면서 "미국처럼 공보험에서는 최저 수준의 의료만 제공하고 값 비싸고 질높은 서비스는 사보험을 통해 해결하도록 보험체제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창.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