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경착륙(하드랜딩:hard landing) 가능성과 주가폭락,일본발 세계금융 위기설,원화와 엔화 가치하락 등 경영여건이 급변함에 따라 기업들이 본격적인 위기관리에 들어갔다.

올해초 준비했던 여러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경제상황 악화시 채택키로한 각종 비상경영대책을 속속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포항제철 유상부 회장은 최근 "현시점에서는 방어적 경영이 필요하다"며 "모든 비용지출은 우선 순위와 완급을 가려서 최소화하고 생산 및 판매부문은 고부가가치 위주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포철은 이에 따라 이달말까지 판매 생산 투자 등 전 부문에 걸쳐 긴축경영 계획을 마련키로 했다.

삼성그룹도 얼마전 계열사 자금부장 회의를 열고 회사채 발행등 자금조달을 최대한 앞당기는 한편 지출은 최대한 줄이거나 늦춰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LG전자는 환율변동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달러 위주의 외환관리를 다변화하는 한편 매출 및 현금흐름에 따라 매달 대응책을 조정하는 "월별 이동계획 체제"를 확립할 계획이다.

SK 현대 한화 등 다른 대기업들도 각 분야에서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국내외 여건에 대한 모니터링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충분한 현금및 외화 확보,수출활동 강화 등 위기관리 경영에 들어갔다.

◇투자유보 및 현금확보=기업들은 현금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향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라도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을 최대한 비축하자는 것.

예컨대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최대의 흑자를 냈음에도 R&D(연구개발)부문 이외의 투자는 집행시기를 가급적 늦추기로 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7조7천억원으로 예정된 올해 투자 자체를 축소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방침을 세웠다.

삼성 관계자는 또 "반도체 제조원가를 20~30% 가량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 등 비상경영계획을 마련해 이달 말 사장단 회의에서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계획한 총 3천2백억원어치의 자산매각을 조기에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상사는 자금 조기경보제를 도입,현금흐름 관리에 나섰다.

LG전자는 지난 7일 사업기술 전략회의에서 설비투자는 PDP 등 긴요한 분야에 국한하기로 했다.

또 매월 수출과 내수를 포함한 매출 및 현금흐름을 점검,즉각 대응키로 했다.

특히 모니터와 브라운관을 담당하는 디스플레이 디바이스 사업본부는 최대 시장인 미국의 경기위축에 대응해 ''비상경영 1백일 작전''을 선포했다.

SK(주)는 안정적인 현금창출이 필요하다고 보고 기존 공장의 개보수와 바이오사업 벤처사업 외에는 투자결정을 신중하게 하기로 했다.

◇외환리스크 관리와 해외마케팅 강화=항공기 도입 등 외화부채가 많은 대한항공은 재무본부 안에 5명 안팎의 리스크 관리팀을 만들어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다.

LG전자의 경우 달러화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달러 중심의 환 관리체제를 유로화 등 현지화 중심으로 다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포항제철은 수출대금 등 외화수입으로 원자재 구매 및 원리금 상환 등 외화 지출 소요를 충당하고 부족하거나 남는 부분은 선물이나 옵션 등 파생상품을 적극 활용해 관리하기로 했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해 미국의 경기침체를 극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포항제철은 중국 동남아 등 주력수출시장의 거래기업 방문을 늘리는 등 고객을 밀착 관리하고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전기도 판매촉진업무를 지원 및 연구 파트로 확대하는 등 영업총력체제로 전환했다.

엔지니어가 영업사원과 함께 기업체와 직접 접촉하도록 했다.

LG전자는 미국 나스닥 폭락으로 PC용 모니터 등 IT 관련 제품의 수출에 타격이 예상되자 마케팅 조직을 개편하고 외부전문가를 영입키로 하는 등 마케팅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화된 위기관리가 필요하다=한국경제연구원 정진호 선임연구위원은 "각국간 경제역학관계가 달라지고 있어 기업들에는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국내에서만 영업하거나 해외 특정지역과만 거래하는 기업들에 있어서는 위기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조건 현금보유에만 치중하면 현금을 과잉보유할 가능성이 있다"며 "적절한 이자율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정조 향영21세기리스크컨설팅 대표는 "유동성 리스크 관리는 일상화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구조조정을 하기가 어려운 입장에 처한 일본의 상황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팀>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