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은 없다"(2000년 12월 21일) "휴무제로 감원바람을 막겠다"(1월31일) "감원이 불가피한 것 같다"(3월 15일)

불과 석달 전까지도 "잠시 어렵다고 소중한 인재를 자르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외치던 세계 최대의 온라인 주식중개업체 찰스 슈왑의 입에서 드디어 "감원을 검토 중"이라는 말이 나왔다.

미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냉각돼 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15일 미 현지 언론에는 유난히 실적악화,사업연기 및 통합,감원 등의 소식들이 가득했다.

이날 대표적인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 웹사이트의 기업과 금융 섹션에는 기업기사 22개 중 무려 12개가 이런 기사였다.

톱 기사부터 세계 최대의 PC 메이커인 컴팩의 감원소식으로 시작됐다.

올 1·4분기 수익이 월가 예상보다 22∼33% 낮을 것이란 경고와 함께 전체 인원의 7%에 해당하는 5천명을 자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상업용 컴퓨터와 개인용 컴퓨터 부문을 통합하겠다는 사업구조조정안도 담겨 있었다.

이날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도 22억달러 규모의 아일랜드 공장 증설계획을 연기하면서 관련인원 1천4백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5천명 감원발표를 한 지 일주일 만이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도 미국 뉴햄프셔 등지 5개 공장에 대한 잠정폐쇄를 결정한 지 한 달도 안돼 추가 공장폐쇄 및 감원을 발표했다.

이밖에 화장품 업체인 에스테 로더,식품업체 하인즈,코닥 등도 사업을 축소하거나 감원 및 감봉을 단행키로 했으며 오라클 노키아 등 우량기업들도 실적 악화를 경고했다.

한편 미국에서 해고당한 닷컴기업 직원수가 지난 10개월 동안 무려 6만5천명에 달했다고 미국의 유력지 유에스투데이가 인력컨설팅 업체인 챌리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GC)의 조사를 인용,이날 보도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