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포항제철 등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으로 그동안 축적한 힘을 ''연구.기술 투자''에 쏟기 시작했다.

이들 대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고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R&D(연구개발)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각 기업들은 올해 과다한 시설투자를 자제하는 대신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인사에서도 CTO(기술담당 최고경영자) 등 기술전문 인력을 중용하는 등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전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매출액 목표 37조원의 6% 가량인 2조2천억원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박사 학위 소지 전문인력을 현재 1천명 수준에서 연말까지 1천2백명 수준으로 늘려 첨단기술 확보에 주력키로 했다.

특히 설비투자를 포함한 전체 투자 예상액 7조3천억원중 6조6천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의 투자 때 시설확장 보다는 비메모리를 중심으로 R&D 투자에 집중,차세대 제품 선점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LG 전자부문은 디지털 사업 본격화 및 글로벌 리더로의 도약에 필요한 성장엔진 확보를 위해 작년보다 20% 이상 늘어난 1조원 이상을 R&D에 투자한다는 기본방침 아래 디지털TV와 차세대 이동통신 등 승부사업 분야의 연구개발 강화와 우수 연구인력확보를 위해 필요할 경우 투자액수를 이보다 더 늘리기로 했다.

LG는 이를 위해 디지털TV의 전문가인 백우현 사장에게 CTO 역할을 전담시켜 LG전자 국내외 연구소와 정보통신 관련 연구소,LG전자기술원,LG생산기술원까지도 총괄토록 하고 차세대 단말연구소장 권성태 부사장,디스플레이 분야 박영용 부사장 등 기술인력을 대거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총 투자비 규모를 1조3천4백억원으로 지난해의 1조3천5백억원보다 소폭 줄였으나 R&D 투자는 지난해 9천9백억원에서 올해 1조5백억원으로 오히려 늘렸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연구.개발비를 전기차나 수소.메탄올을 활용한 연료전지차 등 무.저공해 차세대 차량을 개발하고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환경친화 기술을 한단계 끌어올리는데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포항제철은 원가 중심의 경쟁력 우위만으로는 세계 철강시장의 불황을 이겨낼 수 없다고 판단,지난해 매출액의 1.6%였던 R&D 투자비(1천8백94억원)를 올해는 1.9%로 늘려 고부가가치제품 개발,저원가기술 개발,차세대혁신기술 개발 등에 총 2천1백87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도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 51억달러에서 33억달러로 축소하는 대신 연구개발에 대한 집중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와 생산성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는 기술중심 경영전략을 마련했다.

정부도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올들어 강력한 기술드라이브 정책을 표방,지난달 28일 업계.학계.연구계.관계가 공동 참여하는 "국가기술혁신단"과 "한국산업기술재단"을 출범시키는 등 정부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국가기술혁신단에는 전경련 등 5개 경제단체와 한국전자산업진흥회 등 11개 업종별 단체가 업계 대표로 참가하고 있으며 <>기업간 기술중심의 전략적 제휴 활성화 <>각 기업에 대한 CTO(최고기술책임자) 지정 권고 등의 역할을 맡게된다.

산업기술재단 역시 전경련 대한상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벤처기업협회 한국철강협회 한국로스트왁스 등 20여개 기관 및 업체가 참여해 2005년까지 1천억원의 기술개발 기금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산자부는 현재 일반회계의 4% 선인 정부 기술투자 예산(4조4천억원)을 내년에는 5%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