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총리의 사의 표명은 일본 경제에 일단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누가 후임자가 될 것이냐에 따라 정책 컬러와 방향은 달라지겠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사상 최악이라는 비판을 들었던 모리 총리가 물러나게 됨에 따라 일본 국민의 정치 불신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데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불량채권 누적과 증시 침체 등 경제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새 내각을 중심으로 에너지를 결집시키고 개혁 고삐를 조일 경우 지금처럼 위기 앞에 속수무책인 상태는 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의 사의 표명은 우선 추락하는 도쿄 증시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이미 지난달말 버블 경제후 최저치를 뚫고 내려간 후 1만2천5백엔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사의 표명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외국인들의 도쿄 증시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고쿠사이증권의 시장분석가 히라카와 쇼이치씨는 "증시에는 분명 호재"라며 "지나친 실언과 지지율 급락으로 증시에서는 모리 총리가 일본 경제를 끌고 갈 수 없다고 판단한지 오래"라고 전했다.

외환 시장에서도 모리 총리의 사의 표명은 엔화 가치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미쓰비시 은행 외환부의 후카타니 고지씨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후생상이 총리가 된다면 구조 개혁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기대가 높아져 엔화 매수세력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본 매스컴과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러나 모리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일본 경제의 난제가 한꺼번에 풀리는 것은 아니라며 지나친 기대를 걸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경제의 감속 등 해외요인이 너무 좋지 않은 데다 후임 내각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주가 폭락 등 위기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 마디로 모리 총리가 물러난다고 금융기관의 불량 채권, 재정 적자,디플레 등 일본 경제의 중병이 즉시 치유되는 것은 아니니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경고다.

자민당은 다음달 초순 총재 선거를 치르고 새 총리를 선출할 예정이지만 후임자 및 그와 함께 일할 내각은 산더미 같은 숙제를 안게 될 것이 분명한 상태다.

모리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일본 경제는 일단 더 이상의 추락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진정한 회복 열쇠는 후임 총리 및 그와 호흡을 맞춰 일할 내각의 능력 여부에 달린게 사실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