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다국적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글로벌 경영"에서 대부분 실패를 맛보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비록 무역장벽이 무너지고 영어 업무 처리가 원활히 이뤄지며 국경을 초월한 기업 인수.합병(M&A)가 늘어나고 있지만 다국적 기업들은 여전히 특정국가의 문화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대개 다국적 기업은 특정국가의 색채를 드러내지 않은 채 어디에 있건 현지 기업으로 비춰지기를 바라기 마련이다.

그러나 1주일이 멀다하고 이들 거대기업에 특정한 국가의 문화가 얼마나 중요하게 남아있는가를 일깨워주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글로벌 경영은 아직도 멀고 먼 이상에 불과하다"고 이 신문은 비판했다.

글로벌 경영의 대표적인 "실패작"은 독일 다임러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의 합병으로 탄생한 거대 자동차메이커 다임러크라이슬러.

이 경우 합병이라기보다는 독일측의 인수로 밝혀지면서 미국내에서 주주들의 소송이 잇따랐고 독일인 임원들이 미국내 영업의 지휘권을 차지하면서 크라이슬러의 고위 임원들은 회사를 떠났다.

진정한 글로벌 기업을 지향했지만 한 국가가 경영권을 장악하는 결과를 초래한 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또 성공적인 다국적 기업들의 경우 거의 예외없이 출신국가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제너럴일렉트릭(GE)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분명히 "미국업체"이고 도요타와 소니는 "일본업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