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랑스에선 기업들의 스포츠 스타 모시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최근 일간 르몽드지는 프랑스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스포츠계 인물로 선정한 유도 챔피언 다비드 두이에와 98년 월드컵에서 전국민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가져다 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쟈크 에메, 여성 사이클 선수 쟈닌 롱고 등 세명의 스타가 기업에도 꿈을 심어주는 천사라고 보도했다.

물론 기업들의 운동선수 모시기 경쟁이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주로 회사의 이미지 홍보를 위해 광고 등에 등장시키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최근에는 패턴이 바뀌고 있다.

얼마전부터는 스타급 운동선수들이 기업 경영진의 전문 코치나 직원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는 강사로 대거 영입되고 있다.

세계화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스포츠인의 투지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즉 스포츠 전문가를 통해 의지와 인내심 등 정신력 연마를 하자는 것이다.

특히 조직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스포츠의 팀워크 정신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요즘 일부 기업에선 스포츠가 현대 매니지먼트와 동의어로 통할 정도다.

지난 1월 엑스트라사는 "효율성 추구와 효과적 팀워크 및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국가대표 농구팀 코치인 크리스티앙 타르제를 영입,이 업무를 맡겼다.

에너지 및 정보 통신 전문 업체인 푸르니 그로포는 베르나르 아포르 럭비 대표팀 단장을 초빙해 간부 사원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

단체 승리를 위해 개개인의 장단점과 팀의 목표를 조율하자는 것이다.

시장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능력 함양을 위해 스포츠 스타 특강을 전 사원에게 확대하는 업체도 있다.

멜티스사는 전체 구성원의 응집력 강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운동 선수들의 만남을 개최한다.

특히 힘든 게임을 마지막 순간에 승리로 이끈 선수의 경험담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사내 직원들간의 연대감 조성에도 큰 역할을 한다.

또 종업원들간의 친목을 도모, 인간적 유대관계를 조성하고 일에 대한 성실성과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강화시켜 결국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사이클 테니스 등 개인 경기 선수들도 기업의 단골강사로 초빙된다.

이들은 주로 프로젝트 책임자들과 1대 1로 만나 개인지도를 해준다.

혼자의 힘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장기전을 벌이느냐는 투지력 강화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 엑센츄어(구 앤더슨 컨설팅)는 단체 경기보다는 개인종목 챔피언을 주로 초청한다.

최근엔 요트 선수 헬렌 맥아더를 초빙해 긴 항해의 어려움과 고독을 이겨내는 법을 강의토록 했다.

직원의 대부분이 컨설턴트로 솔로 게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업체의 구조조정 임무를 맡아 현장에 파견될 경우 강한 인내력과 추진력이 요구된다.

한편 스폰서링을 통해 특정 선수를 지원하고 그 선수가 현역에서 물러날 때 자사 직원으로 영입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아예 스포츠 특기자를 채용하는 업체도 있다.

대표적 케이스가 크레디리요네 은행으로 이 은행은 자사 동료가 출전하는 게임에 전직원이 응원단으로 참가, 사내 유대감을 조성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맨들이 기업에서 인기를 끌자 일부 경영대학원에서는 스포츠 MBA 과정까지 개설하고 있다.

명문 그랑제콜 국립광산대학과 파리-도핀 경영대학원, 툴루즈 정치대학원 등은 전국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는 스포츠맨을 대상으로 이런 과정을 개설, 스포츠와 경영학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worldonline.fr